연인들이 자주 쓰는 “사랑해”라는, 세 글자의 짧은 한 문장 안에는 ‘그러니까 날 사랑해 줘.’ 혹은 ‘날 더 많이 사랑해 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사랑에도 ‘거래’와 ‘요구’가 명확히 존재하는 것이다. 인류 100만 년의 진화 역사를 돌이켜 보면 남녀 관계는 기본적으로 거래로 형성되었고, 지금까지도 거래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남자는 자원으로 대표되는 ‘재화’를 여자에게 내밀고, 여자는 섹스로 대표되는 ‘서비스’를 거래의 매개체로 들이미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녀 관계란 ‘자원과 섹스의 교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 앨런 피즈는 잡지와 신문 구인란에 실린 광고 1,295건을 스크랩해 면밀히 분석해 보았다. 놀랍게도 여성이 재정적 자원을 바람직한 자격 요건으로 지정한 사례는 남자보다 무려 11배나 많았다. 반면 남자의 경우 여자의 건강과 젊음, 미모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남자도 밀당쯤은 알고 있어
이제까지 멍청하게 당해 왔던 남자들도 이제는 여자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웬만큼 알게 됐다. 그 이전에도 알 만한 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겠지만……. 밀당? 그걸 해서 여자들 마음이 편해진다면 하면 된다. 내숭이나 밀당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지만 이것도 개인차가 큰 것이니 쉽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밀당’과 ‘내숭’에 자신 없으면 보수적인 게 낫다. 우리 몸은 우주를 날아다니지만, 남자와 여자의 메커니즘은 100만 년 전의 그것에서 별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연애결혼 60퍼센트가 행동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짝을 찾았어
몇 년 전인가 한국의 모 대학에서 연애를 통해 결혼에 이른 커플들을 조사해 그 과정을 추적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 10쌍 중 6쌍은 자신의 행동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생활하다가 서로 만나게 되고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보통 연애를 말할 때 자신의 행동반경 100미터 안에 인연이 숨어 있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셈이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더듬어 본다면 인간이란 존재가 평소 자주 본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학의 ‘단순 접촉의 원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활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남자를 찾아라. 없다면 생활반경을 넓혀라. 그리고 생활반경을 넓혀서 남자와 접촉한다면, 최소한 3번 이상은 만남을 가져야 한다. ‘시간낭비’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하고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지 마라.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시장원리로 보자면 결혼 적령기를 넘은 여자는 남자들에겐 ‘재고상품’에 가깝다.
세종대왕도 얼굴 보고 며느리를 선택했다
가끔 여자들과 대화하다보면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건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이야!”라고 말하는데, 그게 왜 야만적인지 모르겠다. 인간의 본성은 ‘예쁜 것’에 반응하게 돼 있고, 이건 유전자에 각인돼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조건을 따지는 여자들에게 “속물적이다!”라고 말하면 기분 좋겠는가? 우리, 서로 인정하자. 이걸 탓하고, 욕하고, 미워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간은 섹스를 생각할 때 자신의 2세를 보다 건강하게 낳아 줄 여자를 찾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본능적으로 ‘생식에 합당한 미인’을 찾게 된다.
사랑은 가슴과 머리로 하는 것이다. 뜨거운 가슴만으로 첫 눈에 반하고 자빠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충동’, 혹은 ‘충동에 대한 집착’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 없이 시작된 사랑은 반드시 오해로 끝난다. [딴지일보]의 ‘펜더’라는 필명으로 친숙한 이성주의 이 책은 독자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범주를 확장시켜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세상의 보기 드문 마초이면서 페미니스트, 우파이면서 좌파이기도 한 다중인격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 박진진(연애칼럼니스트, 『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 저자)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과연 사랑이 뭘까? 사실 이 답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랑과 섹스 그리고 결혼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답을 제시한다. 어쩌면 그래서 독자들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로맨틱함과 환상이 거세된 날것의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사랑에 대해 두루뭉술한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로를 조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딴지일보] 편집국장 너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