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린턴이에요. 벌판을 헤매 다니다가 돌아왔어요."
창 밖으로 희미하게 어떤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공포에 질려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 손은 악착같이 내 팔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중략)
"저리 가지 못해? 20년을 애원한다해도 널 들여보낼 줄 알아?"
"그래요, 나는 바로 그 20년 동안 헤매 다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을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쌓아놓은 책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나는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그 고함 소리에 스스로 놀라 잠에서 깨어났으니! 나는 덜덜 떨면서 일어나 앉아 이마의 식은 땀을 닦았다.
"도대체 그 안에 누가 있는 거야?"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집 주인인 히스클리프 씨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이 방은 어떻게 된 거요? 정말…… 유령과 악마가 들끓는 방이군! 아무도 이 방에서 묵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있었군!"
나는 겁에 질린 채 마구 지껄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누가 당신을 이 곳에 재웠소?"
"당신의 하녀 질라요. 그 유령이 방으로 들어왔다면 벌써 내 목을 졸라 죽였을 거요! 뭐, 캐서린 뭐라더라? 20년이나 벌판을 헤매 다녔다고? 흥! 무슨 죄를 지었기에 땅 위를 떠도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합당한 벌을 받는 거겠지!"
갑자기 히스클리프 씨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아차, 실수했구나' 싶었다.
"어떻게 감히…… 내게 그런 말을…….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런 말을 하다니 당신 미쳤군!"
히스클리프 씨는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의 이마를 치며 띄엄띄엄 말했다. 그러고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는 것이 꽤 격정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히스클리프 씨는 목이 바짝 타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록우드 씨,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내 방에서 머물러도 좋소. 하지만 다시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소리를 지르지는 마시오. 당신 덕분에 잠이 다 깼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방문을 나서서는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반쯤 열린 문으로 히스클리프 씨의 모습을 보았다. 히스클리프 씨는 창문을 활짝 열어제치더니 바람이 몰아치는 어둠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는 간절하게 외치는 것이었다.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 캐시, 제발 한 번만 더…… 이번만은 내 말을 들어 줘! 캐서린, 내 사랑!"
--- pp.30-32
"캐서린 린턴이에요. 벌판을 헤매 다니다가 돌아왔어요."
창 밖으로 희미하게 어떤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공포에 질려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 손은 악착같이 내 팔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중략)
"저리 가지 못해? 20년을 애원한다해도 널 들여보낼 줄 알아?"
"그래요, 나는 바로 그 20년 동안 헤매 다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을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쌓아놓은 책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나는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그 고함 소리에 스스로 놀라 잠에서 깨어났으니! 나는 덜덜 떨면서 일어나 앉아 이마의 식은 땀을 닦았다.
"도대체 그 안에 누가 있는 거야?"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집 주인인 히스클리프 씨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이 방은 어떻게 된 거요? 정말…… 유령과 악마가 들끓는 방이군! 아무도 이 방에서 묵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있었군!"
나는 겁에 질린 채 마구 지껄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누가 당신을 이 곳에 재웠소?"
"당신의 하녀 질라요. 그 유령이 방으로 들어왔다면 벌써 내 목을 졸라 죽였을 거요! 뭐, 캐서린 뭐라더라? 20년이나 벌판을 헤매 다녔다고? 흥! 무슨 죄를 지었기에 땅 위를 떠도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합당한 벌을 받는 거겠지!"
갑자기 히스클리프 씨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아차, 실수했구나' 싶었다.
"어떻게 감히…… 내게 그런 말을…….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런 말을 하다니 당신 미쳤군!"
히스클리프 씨는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의 이마를 치며 띄엄띄엄 말했다. 그러고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는 것이 꽤 격정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 히스클리프 씨는 목이 바짝 타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록우드 씨,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내 방에서 머물러도 좋소. 하지만 다시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소리를 지르지는 마시오. 당신 덕분에 잠이 다 깼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방문을 나서서는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반쯤 열린 문으로 히스클리프 씨의 모습을 보았다. 히스클리프 씨는 창문을 활짝 열어제치더니 바람이 몰아치는 어둠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는 간절하게 외치는 것이었다.
"들어와요. 어서, 들어와! 캐시, 제발 한 번만 더…… 이번만은 내 말을 들어 줘! 캐서린, 내 사랑!"
--- pp.3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