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했고, 1992년 숭실대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삶의 문학』 제5집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를 발표하면서 평론가로 데뷔했고,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좋은 세상」 등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창립에 참여해 연구조사분과 간사 등을 맡았고,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개편된 이후에는 감사, 이사 등을 맡았다. 2007년 한국작가회의로 개편된 이후에는 현재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삶의문학』『시와사회』『문학과비평』『문학마을』『시와사람』『시와상상』『불교문예』 등의 문예지 편집에 관여해 편집위원, 편집인, 주간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계간 시와시 주간으로 있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실천문학사), 『봄 여름 가을 겨울』(창작과비평),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신어림), 『무엇이 너를 키우니』(실천문학사),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창작과비평사), 『길은 당나귀를 타고』(실천문학사), 『책바위』(천년의시작)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시와 리얼리즘』,『진실의 시학』,『시와 생태적 상상력』등이 있다. 연구서 및 시론집으로 『한국현대시와 현실인식』,『화두 또는 호기심』 등이 있다. 한성기 문학상, 유심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이은봉의 시들은 넘치거나 움츠려들지 않는다. 반듯함과 소탈함이 날리는 뜻밖의 일격은 심하게 상해 있는 비위를 가려 앉혀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읽는 이의 마음이 스스로 과장을 털어내고 삶의 곡진한 골짜기를 주의 깊게 걸어갈 수 있도록 손을 꽉 잡아주는 그의 시들은 편편이 웅숭깊어 믿음직스럽다. 시에 드러나 있는 그의 삶은 “싸구려 비스킷을 조각조각 떼어 먹”게 하거나 “캔 커피를 질금질금 잘라 마시”게 하며 늘 우리의 마음을 어떤 골똘함에 젖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답답한 삶의 칸칸을 늘여 “삼베빛 저녁볕 잔기침”의 여운을 깔기도 하고, “싸하게 몸 흔들며 피어오르는 철쭉꽃”의 개화를 흥겹게 맞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의 삶은 문득 그동안의 남루를 벗어던지면서 저편의 하늘을 향해 자신의 키를 한껏 높이기도 한다. 이처럼 그의 시들은 삶의 방방곡곡에서 번져 나오는 오만 빛깔과 오만 풍경을 뒤섞어 문득 “뽀얀 낯빛”으로 우리의 가슴에 다가온다. 이 낯빛에 누군들 마음을 맡겨두고 싶지 않으랴. “한 줌의 에너지마저 죄 소진된 시간”에 빚어낸 그의 시들에는 결코 소진되지 않은 에너지가 흥건하게 충전되어 있다. 그의 시들과 함께 하게 되면 누구나 “버석대는 명아주 꽃대궁을 밟으며/느릿느릿 걸어오는 첫눈 아침”의 느꺼움에 깊이 젖어들고 만다. 한영옥 (시인,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교수)
시인 이은봉이 자신의 시집 『첫눈 아침』에서 건져 올리는 시들은 ‘일생의 기억’이라는 영화의 장면들과 다를 바 없다. 이은봉이라는 영화의 감독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내가 찍은 파노라마 같은 시의 ‘풍경’, 곧 ‘형상’은 기본적으로 가시적인 이미지들이라고, ‘존재’인 진실을 감추고 있는 ‘존재자’, 곧 사물들이라고, 동시에 표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파라다이스’에의 꿈이 행간에 무의식적으로 숨어 있다고. 따라서 그의 시를 상연하는 영화관에 입장하는 독자는 그와 함께 해온 일상의 삶과 사유가 중얼거리며 말을 건네는 다양한 풍경, 그리고 풍경이 숨기고 있는 존재라는 진실을 회유하는 물고기 떼처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김백겸 (시인, 웹진 '시인광장'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