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이화여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0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 가엾은 비눗갑들』(세계사, 1992) 『글자 속에 나를 구겨 넣는다』(문학과지성사, 1996) 『평범에 바치다』(문학과지성사, 1999) 『일찍 늙으매 꽃꿈』(창비, 2003)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창비, 2009) 『하우부리 쇠똥구리』(서정시학, 2011), 편저로 『박용래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등이 있다. 현재 이화여대·서울과학기술대·평택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시는 형이상학의 성소에서만이 아니라 형이하학의 진창에서도 태어난다는 사실을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형이하학적인 원리에 썩 부합한다는 사실을. 인간의 실존적 삶 자체가 육체에 기반한 것이며 육체적 리듬에 의해 영위되는 것임을 인정한다면, 시인의 시 쓰기 역시 가장 열정적이고 충직한 육체적 발산에 다름 아닐 것이며 또한 그래야만 할 것이다. 시를 더 이상 영혼의 전유물로 남겨 두지 않고자 하는 시도에는, 육체를 중심으로 영위되는 인간적 혹은 물리적 영역으로 시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시가 전적으로 시와 시인의 천부성과 특별함을 지칭하는 것이었던 낭만주의자의 관점에서 지극히 육체적인 발로의 보편성을 지칭하는 것인 실증주의자의 관점으로 해체적 전향을 하기까지는, 시 창작자에서 시 연구자이자 시 해석자로의 역할 및 관점 확대의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은 시 창작자라는 특수성이 시 연구자이자 시 향수자라는 보편성 내지 객관성으로 융화되면서 합류해 가는 과정이었다. 낭만주의자이기를 고수하기엔 도무지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을 알게 한 세월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