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터치, 크레마원 기본뷰어 이용불가
머리말
인종주의와 FBI의 성격 비밀스러운 재건, 1871~1905 자랑스러운 창세기, 1905-1909 사명의 상실, 1909-1924 개혁의 첫 시대, 1924-1939 방첩 활동과 통제권, 1938-1945 멀어지는 자유 미국, 1924-1943 게슈타포 공포와 정보의 분열, 1940-1975 시대착오의 신화와 실상, 1945-1972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1972-1975 개혁과 그 비판자들, 1975-1980 되찾은 사명, 1981-1993 분쟁과 쇠락, 1993-2001 9.11 테러, 그리고 국가적 단합의 모색 역자 후기 약어 주 참고 문헌 |
역정연희
관심작가 알림신청정연희의 다른 상품
미국 안의 FBI,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의 최대 정보기관 FBI. FBI와 미국은 그 성격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FBI는 미국 법무국 소속으로 미국의 정치와 사회, 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연관되어 있다. FBI를 파헤치는 것은 곧 미국의 역사를 파헤치는 것과 같다. FBI를 파헤치기 전에 먼저,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은 원래 보수적이고, 겁 많고, 이민을 배척하고,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가인가? 아니면 공평과 정의를 숭상하고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국가인가?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전 세계인의 반감을 사고 있다. 미국, 미국인에 대한 악감정은 이미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 골고루 퍼졌다. 어쩌면 미국은 비난받아 마땅한 나라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무조건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원래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되돌아본다. 바로 공평과 정의, 민주주의를 숭상하던 어느 때를 말이다. 저자는 지나가버린 미국의 옛 가치를 토대로 FBI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평가하며 FBI의 가장 으뜸 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찾고 있다. 또, 점차 변질되어가는 FBI와 그런 FBI를 통제하고자 하는 행정부의 노력에 미국의 정치와 사회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그동안 연구해 왔던 방대한 양의 FBI 사건 파일과 2차적 자료를 바탕으로 FBI의 활동과 정책에 관한 주요 이슈, 그 속에 숨겨진 음모 들을 시대 순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새로운 세기, 흑인 오바마 민주당 상원 의원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FBI는 과연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정부에서 한국의 정보기관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이 책은 결론적으로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시기적절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FBI는 정의의 사도인가, 나라를 좀먹는 집단인가! 1870년대 이전에는 그렇다할 국가 정보기관이 부재했던 미국에서, FBI의 모태가 되는 비밀검찰국이 수립된다. 이들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쿠 클럭스 클랜단을 소탕하는 것이었다. 클랜단 단원들은 백인 테러리스트였다. 그들은 해방된 흑인 미국인들을 실질적인 노예 상태로 되돌려 놓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백인 문명의 우월성을 주장하고자, 흑인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채찍으로 때리고 총을 쏘고 고문하고 목매달았다. FBI 요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클랜단을 소탕했다. 이 사건은 비밀검찰국 역사상 가장 용맹함이 두드러진, FBI 역사의 중요한 첫 장이다. 저자는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FBI의 면모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 원래의 성격이라 주장한다. 1908년 FBI는 수사국으로 이름을 갖추었다. 그해는 FBI의 창립 연도이지만, FBI 역사의 자랑스러운 시작의 종말이자 원래 특성을 상실하기 시작한 해이다. FBI는 곧 인종 편견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그것으로 악명 높은 기관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때부터 FBI가 원래의 성격 즉 미국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성격에서 이탈해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다른 국가들이 좀 더 편협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다음 미국의 성격이 본디 정의와 민주적 가치를 숭상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기관은 원래의 성격에서 이탈했다고 보는 오리지널리즘의 관점을 따른다. 이 책은 “FBI는 원래의 성격에서 이탈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미국의 슈퍼 게슈타포 FBI 책 전반에 걸쳐 논의되는 일관된 관심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인종 문제다. FBI는 그 성격이 변질된 이래로 법의 조항이 부당하게 여겨질 만큼 남용하여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수 민족, 동성애자, 여성 등을 탄압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문제는 FBI에게 고질이 되어 들러붙었다. FBI는 흑인인 유명 권투 선수 잭 존슨(Jack Johnson)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잭 존슨의 전기 작가 제프리 워드(Geoffrey Ward)는 FBI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FBI의 지도자들은 ‘잭 존슨이 철창에 갇히지 않는 한 대중은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FBI가 잭 존스에게 가한 행동은, 잭 존슨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점차 대중은, FBI를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인종 편견적이고 안하무인적인 관행을 따르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중은 FBI가 “슈퍼 게슈타포”를 만들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아직 대중의 가슴 속에 독일 정치 경찰의 극악한 집단 학살이 채 사라지기도 전이었다. FBI는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혐오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갔다. 얼룩진 사명감이 부리는 횡포 범죄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해야 할 FBI는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일에 몰두했다. FBI는 관음증 취미를 즐기면서 희생시키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의 동성애나 이성애적 행동에 관한 정보를 누설했다.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1913)》으로 잘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만의 아들 클라우스는 동성애자였다. 그 때문에 그는 FBI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클라우스 만은 독일에 대항한 정보전이나 선동전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맡고 싶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성적 취향(섹시한 여성을 좋아한다는)을 FBI에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도유망한 그의 지적 자산은 미국에서 활용되지 않았다. FBI의 가장 악명 높은 실수는 지금은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권 운동을 박해한 일이다. 백인 공적 인물들은 사생활 조사를 받지 않던 시대에 FBI 요원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의 평판을 떨어뜨리고자 그의 문란한 성생활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 이후 FBI가 마틴 루터 킹 박사를 다룬 방식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1974년의 사생활 보호법(Privacy Act)은 FBI의 감시가 지나친 것에 주안점을 두고 개인들에게 자신의 파일을 보고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21세기가 되자 초이스포인트(ChoicePoint)나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같은 사적 용도의 디지털 검색 엔진을 통해 대규모의 개인 정보 수집이 가능해졌고, FBI는 수정할 권리도 주지 않고서 입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입력했다. FBI와 CIA의 갈등이 낳은 대참사, 9. 11 테러 자유주의자들의 지지가 서서히 줄어들며 FBI의 정치적 기반이 약해지자 마침내 FBI의 해외 활동이 금지되고 대신 그 임무를 맡을 기관으로 CIA가 설립되었다. FBI와 CIA의 경쟁 관계가 싹튼 것은 이때부터이며 이 일로 말미암아 미국의 국가 안보는 흔들리게 되었다. 실제로 FBI와 CIA의 경쟁 관계는 가히 전설적인 것이었다. FBI는 CIA에게 라틴 아메리카의 스파이망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겠다고 했으며 심통이 나 CIA 요원 모집에 필요한 보안 검사의 의무도 유기했다. FBI와 CIA의 앙숙 관계는 계속해서 국가 안보를 흔들리게 했고 결국, 2001년 9월 11일 대참사를 낳았다. 두 기관은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자체적으로만 활용할 뿐 공유하지 않았다. 그로인해 미국은 큰 대가를 지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