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개 같은 날의 오후>를 비롯하여 영화와 연극 시나리오를 담당했고, 외화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유전자 인류학》, 《안데르센 자서전》, 《의학사의 이단자들》 외 다수가 있다.
서지원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2003년 동계올림픽 IOC위원회 수행 통역을 맡았고, KBS 9시 뉴스 번역을 담당했다. 현재는 (주)엔터스코리아의 전속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꿈을 포기하지 마라》 등 다수가 있다.
눈|인간이 눈 화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6천 년 전부터. 여자의 눈은 사물을 바라보는 생물학적 기능 외에 내려다보기, 올려다보기, 눈 반짝이기, 눈물 흘리기, 눈 깜박이기 등의 동작을 통해 남자보다 풍부한 시각적 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신호를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눈과 관련한 화장술이 끊임없이 개발되어왔다.
입술|여자의 입술은 무엇 때문에 시각적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것일까? 생김새나 질감, 그리고 색깔에서 입술은 여성 성기와 거의 흡사하다. 오래전부터 여자의 입술에 인위적으로 색을 입히는 관습은 일상적인 것이었고, 몸을 치장하는 방법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때로 이런 관습은 금욕을 강요하는 문화권에서는 억압을 받기도 했다. 보통 천으로 여자의 입술을 가리는 풍습을 이슬람 신앙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풍습이 이슬람 국가들에 널리 퍼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호메트의 가르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것은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독교 교회에서도 여자의 붉은 입술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17세기의 한 성직자는 화장한 입술을, 남자의 눈을 사로잡아 욕망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유혹이며 ‘매춘부의 표식’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18세기 영국 정치가들은, 남자들이 화장한 여자의 입술을 보고 잘못된 결혼의 유혹에 발목 잡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며 입술 화장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터무니없는 법률 때문에 당시의 처녀들은, 사교 모임에 나가기 전 입술을 깨물어 피가 고이게 하거나 석류 시럽을 빠는 등 고생을 해야 했다. 교회와 국가의 계속되는 탄압에도 입술 화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립스틱이 중요한 산업 영역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선홍색 입술은 주로 매춘부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1차대전이 한창이던 때, 립스틱은 매음굴에서 극장으로, 다시 사교 모임으로, 조금씩 일반 여자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후 영화 속 인기 배우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립스틱은 사회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입|여자가 가진 최고의 능력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이 세상 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이다. 이것은 진화의 결과이지 문화적 특성이 아니다. 원시시대의 여자는 의사소통 능력을 발휘해 부족 사회의 삶을 조직하는 존재였고, 오늘날의 여자는 이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