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서쪽 바다의 작은 섬 선재도에서 태어났다. 도시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가 입대, 청천벽력 같은 아버지의 실명 소식을 접하고 제대 후 미련 없이 아버지 곁으로 귀향했다. 부모님과 함께 선재도 바닷가에서 작은 음식점 겸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절망을 딛고 어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옮기는 작업을 3년 가까이 계속하고 있다. '레이소다'(www.raysoda.com),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등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서 '자우慈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현재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홈페이지인 '바다향기'(www.bdhg.co.kr)와 사진 관련 개인 홈페이지인 '자우넷'(www.jawoo.net)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난 사진의 역사나 이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단지 사진이 좋아, 아버지의 일하시는 모습이 좋아 이것저것 분주히 기록할 뿐이다. 지난 3년간 담아둔 사진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려 이곳에 남긴다. 난 사진과 관련된 인터넷 공간에서 '자우慈雨'라는 이름을 쓴다. 그 이름 그대로 가뭄 끝의 단비처럼, 내 사진들이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속 한귀퉁이에 스며들 수 있다면, 그래서 그곳에 작은 씨앗 하나 틔울 수 있다면…….
--- p.175
'바다'는 추운 겨울 혼자 다니는 아버지가 못내 안쓰럽나 봅니다. 말없이 충직하게 아버지의 그림자를 따라 다니는 '바다'. 이럴 땐 이 녀석이 사람보다도 더 사람 같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나가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낚아채가는 갈매기들을 쫓고,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야생 너구리들을 근접 못하게 하는 일이 '바다'의 몫입니다. '바다'는 흔히 순종이라 부르며 떠받들다시피 하는 잘난 개가 아닙니다. '바다'는 훈련소에서 맹인 안내견 훈련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 '바다'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입니다.
--- pp. 109∼110
아버지에게 한 가닥 빛이 되는 것은 오직 바다뿐이었습니다. 처음엔 버려진 어장을 손질하셨습니다. 우럭이며 놀래미 등이 쏠쏠하게 잡히니 살림에도 제법 보탬이 됐습니다. 바닷일에 보람을 느끼신 아버지는 어장을 넓혀나가셨습니다. 눈먼 아버지에게 바닷일은 위험천만한 것이어서 모두들 불안해하며 말렸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폭풍이나 겨울철 성에 때문에 그물이 찢어지거나 말장이 부러지면 아버지의 걱정과 상심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 마음아파 아버지 모르게 바다에 나가서 찢어진 그물을 손질해놓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정성에 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완성된 아버지의 어장. 그곳은 아버지의 삶이 한번 묻히고 또 한번 새로이 태어난 곳입니다. 어장의 그물 마디마디엔 눈먼 아버지의 회한과, 뜨거운 눈물과, 다시 시작한 삶에 대한 환희가 배어 있습니다. 이제 아버지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입니다.
김수군(사진가) : 아버지를 집앞의 아름드리 나무처럼 든든함으로만 여기던 아들. 성장하여 좋은 조건 모두 마다하고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 아버지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다가서려는 그의 정성이 서정성 깊은 사진과 함께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신현림(시인·사진가) : 어머니 못지않게 묵묵히 일하시며 자식을 지켜주신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이 책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발견하고,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희망의 길 하나와 만날 수 있으리라.
윤광준(사진가·《잘 찍은 사진 한 장》의 저자) : 김연용의 사진은 생명끈이다. 바다와 인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보다 더 강하게 묶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은 《노인과 바다》의 감동을 뛰어넘는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해진다.
윤무부(조류학자·경희대 교수) : 눈먼 아버지의 슬픈 사연을, 아들은 간절하게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절절하기에 감동이 책 밖에까지 스며나오는 듯하다. 오래 간직했다가 마음이 쓸쓸할 때면 꺼내서 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