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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답 총설 |
어느 비구니가 범어사로 와서 불법(佛法: 불교의 진리)을 물었다.
이에 성수 스님은 "가지고 있는 법은 어찌하고 따로이 법을 묻느냐?"라고 한 뒤, "법을 알기 전에 자기 부족을 살필 줄 아는 이가 참다운 수행인이거니와 자기 병을 진단하지 못하면 천불(千佛: 천 분의 부처님)이 출세해도 불법을 알기는 어렵다"고 했다. 성수 스님이 다시 말했다. "화두나 들고 좌복(坐服: 방석)에 앉아 세월만 보내면 뒤에 받을 몸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불법은 저 건너 산을 보라. 봄이 오면 잎이 나고 가을 오면 낙엽지네 이 밖에 따로 구하지 말라. 구한 즉 고(苦)가 되나니라." --- p.60 |
한 스님이 범어사로 와서 ‘조사(달마)가 서역(西域: 인도)에서 온 뜻’을 물었다.
성수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뜻을 알고자 하거든 나무나 돌이 말할 때를 기다려라. 진실로 알고자 하는 놈이면 보고 들을 줄 알 것이며, 허튼 생각으로 묻는다면 부처의 뱃속으로 들어가도 알기 어렵고, 불조(佛祖)가 진대지(盡大地: 대지가 다하도록)에 가득해도 모를 것이니, 죽이나 먹어라.” --- p.42 |
부처에게 속았다고 욕을 바가지로 해야 화두가 제대로 됩니다. (부처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있을 때 거기서 뭐가 나옵니다. 선지식 멱살이라도 잡고 싸워야 합니다. 천하제일의 선지식도 잡아먹을 수 있는 사자 새끼가 돼야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지, 착한 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악업은 참회할 길이 있지만 선업은 참회할 길이 없습니다.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절박한 마음과 각오가 전제되지 않는 공부는 ‘시간 죽이기’일 뿐입니다. 부처님도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나서 부처가 되었습니다. 진실한 인간이 되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알아야 공부도 되고 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 pp.315~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