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은 지식의 과학적 탐구에서 핵심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험은 뉴턴의 이론, 갈릴레이의 선구적인 실험, 혹은 알렉산드리아 천문학자들이 내놓은 최초의 수학적 모델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위대한 ‘과학혁명’은 아낙시만드로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가 시도한 것은 확실성을 반대하는 것에 기반을 둔 지식 탐구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낙시만드로스는 의문의 여지없이 과학적 사고의 아버지이다. --- p.11
이오니아는 소아시아의 해안에 위치하며 도시국가 열두 개의 동맹으로 이루어진 협소한 지역이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고 해안에는 기암절벽이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세계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 작은 지역에서 비판적 사고가 최초로 탄생했다. 그리스 사상, 훗날에는 근대 세계의 특징이 될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 태어난 곳도 이오니아다. 인류 문명은 이 땅에 빚을 졌다. 아마도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테네에 진 것보다 더 큰 빚일 것이다. --- p.51
인류의 역사 중 어느 지점에서 신의 변덕이라는 이유를 대지 않고도 대기 현상의 발생, 관계,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생각이 싹텄다. 전환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사상에서 이루어졌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저자들이 이러한 한 수 위의 생각은 밀레토스의 아낙시만드로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 p.74
‘지구는 편평하다’는 세계관에서 ‘유한한 물체인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는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엄청난 진전이다. 그 증거로 중국은 황실 천문 관서가 있어도 20세기 동안 이런 전환을 이룰 수 없었고 다른 문명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구는 원통형이다’에서 ‘지구는 구형이다’로 전환하는 것은 한 세대만 지나도 이루어질 만큼 쉽다. (……) 우주론의 혁명은 마땅히 아낙시만드로스의 업적으로 돌려야 한다. --- p.87
과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탐험하고 다시 그리며,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하고 세계의 형태를 배워나간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에게 세계에 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과학은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각의 새로운 형태를 탐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