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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경성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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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경성 연가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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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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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0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0.1만자, 약 6.7만 단어, A4 약 126쪽?
ISBN13 9791187815167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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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여자는 어디다 겁을 두고 왔을까. 준필은 혀를 찼다. 잠시 그의 시선이 제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태운에게 향했다. 저와 거리를 둔 그가 현명했다. 어리석은 여인. 제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영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특히 그녀의 귀 끝이 자꾸만 제 눈에 밟히는 것이 싫었다. 죄책감이 아니었다. 선홍빛이 살짝 감도는 그녀의 상처가 자꾸 저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먹어 보았던 수많은 피 중에서 인간의 피가 단연 가장 맛있었지만, 그녀는, 그녀의 피는 달랐다. 샬레에 담겨 있던 피를 바닥까지 깨끗이 비웠을 때는 혀끝에 남겨진 맛이 분명 달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아주 잠시 핥았을 뿐인데도 그녀의 피 맛은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맛있다기보다는 무언가 무거운 것이 저를 짓누르는 것 같은 이 생소한 감각. 그럼에도 자꾸만 탐하고 싶은 이 벗어날 수 없는 욕망. 저 외엔 아무도 알 수 없을 그 맛이 입 안을 맴돌면서 자꾸만 온몸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가까이 오지 마시오, 낭자. 옛말에 이르기를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였소. 그리고 말했지만 난 병자요. 의사라면 그 정도 상식은…….”
자신이 내뱉고도 어이가 없었다. 제가 조선 땅을 떠나던 을미년1895, 외국에서 보기엔 이미 충분히 늦은 개혁이 이루어지던 그 해에도, 여전히 공자, 맹자 따위를 공부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개화파’라 손가락질 받으며, 심지어는 미친놈 소리까지 들으면서 미국으로 떠나는 배에 오르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아직도 선명해서 돌아 버릴 지경인데 이제 와서 고리타분한 발언이나 내뱉고 있다니. 핑계도 이런 핑계가 없구나 싶어진 순간, 방 안에 시원시원한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푸, 푸하하하. 재미있으신 분이네요. 말씀하시는 것만 들어보면 제 아버지보다도 훨씬 나이 들어 뵈세요.”
“……내 말이 재미있소?”
그녀가 몇 살인지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제가 그녀의 아버지보다 더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을 정확히 말할 수 없어 답답해진 준필이 그저 눈만 이리저리 흘겼다.
“자자, 쓸데없는 윤리는 집어넣죠. 일본이 집어삼킨 이 땅에 지켜야 할 윤리가 남아 있답니까? 그러지 말고 일단 성함부터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증상도 가능한 세세하게 말씀해 주시고요. 정말 병이라면 진단도, 치료도 의사인 제 몫이지, 환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정말 여의사가 싫으신 거면 저기 있는 김태운 선생도 나쁘진 않겠지만…….”
가영의 시선이 잠시 뒤쪽의 태운에게 향하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절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양쪽으로 강하게 저으면서.
“적어도 혈액 쪽에 관해서는, 그러니까 피에 관해서는 도무지 김태운 선생은 믿을 수가 없어서요. 그러니 어쩔 수 없네요. 물론 세브란스 병원에 의사야 많지만 지금은 아주 늦은 시간이고, 더는 고를 선택지가 없으실 겁니다. 환자는 환자일 뿐이고, 의사는 의사일 뿐이라, 남자도, 여자도 아니니……. 자, 이제 편하게 말씀해 보실까요?”
어느새 그녀는 한 손에는 종이를, 다른 한 손에는 펜을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진지함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펜을 묵직하게 쥔 손에서는 신뢰감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준필은 그녀를 바라보다 가슴이 일렁이는 느낌에 잠시 흠칫했다. 편안함, 안정감, 그도 아니면 떨림과 갈증. 대체 이 생경한 감정이 무엇일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정말로 그녀가 날 치료할 수 있을까.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제 손끝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기대인지, 혹은 눈앞에서 오묘한 향기를 풍기는 먹이에 대한 갈증인지, 그도 아니면 둘 다인 건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낭자는 절대 믿지 못할 거요.”
“그건 의사인 제가 판단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 환자를 믿으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물론 환자도 의사를 믿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중략)

기묘한 일이 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제 심장이 쿵쾅거리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조금 더, 그저 조금 더 눈앞의 존재를 알고 싶을 뿐. 그래, 이건 연구자로서 당연한 호기심이야. 그녀는 스스로를 애써 진정시켰다.
“그래서 혹시 치료받을 마음이 생기셨나요?”
가영의 말에 준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이제 곧 해가 뜰 시간이란 것이었다. 실외로 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 여자가 아주 조금은 궁금해졌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만큼 저를 위험하게 할 것도 없었지만 어차피 죽음마저 두렵지 않은 운명, 그 정도 재미는 누리고 싶었다. 그동안 억울하게만 살아온 제 삶에 대한 아주 약간의 보상으로. 그리고 아주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아무런 조치도 없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저 제가 달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게 선뜻 피를 건네줄 수 있는 이 당돌한 여자 의사가 어쩌면 자신의 괴이한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 속에 품어본 게 대체 얼마 만이던가. 준필은 자조적인 미소를 입가에 올렸다. 그래, 어쩌면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괴물이었던 모든 시간을 과거에 묻을 수만 있다면! 갑자기 준필의 심장이 세차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잘 모르겠지만…….”
“저를 한번 믿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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