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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일의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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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일의 아프리카

: 스물둘, 처음 만난 남자와 떠난

황윤하 | 예문 | 2010년 06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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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51g | 148*210*30mm
ISBN13 9788956591506
ISBN10 895659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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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황윤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 만나면 조금 놀라곤 한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겁도 없이(!) 낯선 사람(들)과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왔다기엔 너무 순한 인상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원래 알던 사람들은 이 순둥이가 험하디 험한 아프리카에서 종횡무진, 낭만과 고생이 뒤섞인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왔다는 데 놀란다.

1988년 서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무난한 대학에 입학해 무난하게 대학생활을 하던 윤하 씨. 여행하기 전에는 그녀 역시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고 안락한 미래를, 정확히 말하면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처음 이집트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다 가는 배낭여행, 학창 시절에 안 가면 서운해서 떠난' 그 여행길이 자신의 인생관과 꿈을 변화시킬 줄은. 이제 그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신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로 바뀌었고, 꿈은 세계일주가 되었다. 요즘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민박집 차려놓고 배낭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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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하게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냄새에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그들 옆에 살짝 끼어 앉았다. 커피 끓이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잔 두 개를 더 씻어왔다.
소주잔만한 작은 잔에 설탕을 엄청 넣고 허브도 넣은 다음 에스프레소마냥 시커먼 커피를 따른다. 설탕을 저렇게 넣었는데 먹어도 괜찮을까? 하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커피는 색깔만 에스프레소 같은 게 아니라 맛도 에스프레소처럼 진했다. 그러면서도 원두커피처럼 좋은 향이 난다. 게다가 구수하다?
“어떻게 커피에서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날 수 있지?” (…)
한가로운 오전 시간, 하얀 이불 빨래가 펄럭이는 호텔 마당에 앉아 이렇게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이 아닐까? --- PART02 '진짜 커피를 만나다_아와사' 중에서

캄팔라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숲속을 통과해 가던 중 한 무리의 원숭이들을 본 것이다. 그들은 도로로 나와 태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단한 일이라도 생긴 것 마냥 신기해하는 건 우리뿐이었다. 현지인들은 오히려 우리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야 원, 동방에서 온 촌놈이 돼버린 기분이다.
버스는 축축하고 안개 낀 숲속을 한참 달려 캄팔라에 도착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쨍하게 해가 떠 있다. 길은 바짝 말라 있었고 포장상태도 좋다. 드디어 나의 끌낭이 캐리어로서 빛을 발하는구나! 끌낭 뒤쪽에 숨어 있던 손잡이를 잡아 빼자 마키 상이 감탄한다.
“정말 캐리어구나.”
“하이! 캬리아 우만데쓰!(네! 캐리어 우먼입니다!)”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웃었다. --- PART03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 맛보는 소박한 행복_캄팔라' 중에서

방 안의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하얀 약품으로 칠해놓은 유골들이 마치 전시해놓은 듯 방 안에 빼곡히 누워 있었다. 15년 전, 이 초등학교에서 학살당했던 희생자들의 유골이었다. 충격 받은 우리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는 다음 교실도 열어주었다. 그곳에서도 똑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그 다음 방, 그 다음 방…. 모든 방들에는 유골들이 누워 있었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을 떠돌고 이제는 그만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쯤, 여자는 또 하나의 방문을 열어줬다. 잠깐 문을 열었다 닫아주기만 했던 여자는 갑자기 우리들을 쳐다보고 섰다. 그녀는 서툰 영어로 조용하게 말했다.
“This is my Family.” --- PART03 '눈물을 묻고 웃는 사람들 _기콩고로' 중에서

건너편 절벽으로 가는 다리가 가까워질수록 물보라비(?)도 강해졌다. 우리는 그제서야 위기감을 느끼고 지갑과 카메라를 비닐봉투에 꽁꽁 싸서 가방 속에 넣었다. 다리 앞에 선 우리는 왜 우비를 대여해주고 있는 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나무와 수풀들에 가려진 산책로와 달리 다리 위에는 말 그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장마기간에도 볼 수 없었던 정말 ‘폭포’ 같은 빗줄기였다.
잠깐을 머뭇거리다가 다리 위로 뛰어들었다. 속옷과 양말까지 젖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강력한 수압의 물마사지를 받는 듯 온몸이 시원해진다. 조금 전 망설였던 일이 무색하게, 나는 신나서 다리 위를 뛰어다녔다. 눈 바로 앞에는 완벽하게 동그란 원형 무지개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진기를 꺼내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무지개의 기억은 담을 수 있겠지만 이 시원한 빗줄기의 기억까지 함께 담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사진에 불과하다. 다리 위에서 맞은 생애 가장 거셌던 빗줄기는 내 마음 속에만 담을 수 있는 것이었다.
--- PART04 '천둥소리 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 _리빙스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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