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알만 닦아도 세상이 깨끗해 보이는데, 깨끗이 씻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요. 마음을 씻는다는 말 있지요. 세심洗心, 씻을 세 마음 심. 마음을 씻고 또 씻다 보면 무심無心을 가질 수도 있을까요. --- p.19
출근길하고 등굣길, 똑같은 길인데 그렇게 다른 이유가 뭘까? 똑같이 버스 타고 똑같은 횡단보도 위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그 눈을 밟으며 가는 건데 뭐가 등굣길은 꽃길로 만들고 출근길은 가시밭길로 만드는 걸까? 혹시 다시는 못 가는 길이어서 그 지겹던 등굣길이 아저씨들에겐 꽃길로 보이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진짜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 p.42
주머니 사정이 영 시원찮으면, 내가 맡은 주인공은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한 배역이구나, 역할이 그러니 좀 가벼운 게 자연스럽다, 오히려 캐릭터에는 잘 맞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또 걱정거리가 많으면, 이 역할이 고뇌가 많은 설정이구나, 고민들이 어색하지 않구나, 하고 여기면 어떨까요. --- p.48
소가죽 같이 질긴 편견, 원래 모습을 모를 정도로 진한 화장 같은 오해. 아! 그것만 벗을 수 있다면 마음도 바람결처럼 가벼워질 텐데 말이에요. --- p.60
마음의 날씨로 현실의 날씨를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덥다 춥다, 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요. 마음의 날씨 센서를 쾌적에 맞춰놓는다면 무더위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 p.100
우리가 살면서 나 때문에 누가 상처를 입었는데도 그냥 모른 척한 적은 없었을까요. 반대로 구두처럼 내가 상처를 입고서도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그냥 그 고통을 일부러 견뎠던 적은 없었을까요. --- p.140
교육을 왜 해요.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잖아요. 학교 교육이나 진학 교육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가정에서의 교육보다 앞에 두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내 아이 살리는 교육이 삶에서 가장 절실한 게 아닐까요. 부모인 내가, 스스로 아이의 스승이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이 또 부모에게는 인생을 스스로 깨우쳐 나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 p.165
그렇게 파랗던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아저씨가 돼 있군요. 이름이 굴렁쇠처럼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흘러왔네요. 각자 이름 한번 써보세요. 이것만큼 깊은 추억이 배인 앨범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 p.208
어쩌면 인생의 참맛은 이런 건지도 몰라요. 둘이 아니라 혼자 옷깃을 여미며 걷는 길, 그게 진짜 인생길 아닙니까. --- p.219
도시에 잘 깔린 보도블록 위를 걷는 게 숲속의 오솔길이나 동물들이 지나는 길에 비해 참 무표정하고 무감각하긴 하지만 길이 부를 때 떠나세요. 자유의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것도 자신에 대한 매너는 아닙니다. --- p.240
스러지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한낱 작은 것에도 스며 있는 시간이 있을 텐데요. 저라도 묵묵히 기억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