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아래에서 있는 ‘푸른언덕’ 사무실로 갈 때면 나는 차창 밖 풍경에 언제나 가슴이 뛴다. 봄이면 벚꽃,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등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꽃 대궐을 이루고, 꽃이 지고나자마자 여리디 연한 잎들이 담록의 향연을 펼친다. 여름에는 무성한 이파리들이 신록을 이루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게 온 산을 수놓는다. 삭막하다고 할 겨울에는 가끔씩 눈이 내려 눈부신 설경을 선사한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노라면 그간 삶에 찌들었던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온갖 세상살이의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멋진 풍경이나 아름다운 꽃을 볼 때, 또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대할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이 어찌 나뿐만이겠는가. 아름다움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위안과 위로,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또한 위안과 위로,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별로 다르고, 또한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사람을 보면 늘 떠오르는 말이 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차례로 창조하시고 나서 만면의 웃음을 가득 띤 채로 피조물을 내려다보는 광경이 떠오른다.
온갖 만물들이 있을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또한 서로 다투지 않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바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하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말이 있다.
솔개는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뛴다는 말이다. 즉 모든 것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으로, 이것은 바로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가 이런 상태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름다운 삶’을 소망한다.
사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개별적 성향이나 취향이 다르고, 심지어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조차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아름다움 삶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가령, 어떤 사람은 돈의 가치를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 돈벌이에 치중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문화예술에 대한 성취를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여겨 문화 예술 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 아름다운 삶의 기준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는 어떠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 문득문득 정신이 번쩍 깨어날 때가 있다. 나는 제 자리에 있는가?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가? 남을 배려하지 않은 채 나의 욕심을 채우려고 급급하지 않았는가?
나는 사업을 하는 사업가이고, 대학에서 청년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또한 가정에서는 주부이다. 나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내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관계를 맺는 것이고, 아내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삶’ 곧 ‘보시기에 좋은 삶’에 대한 방향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와 인연이 된 사람들이 아름답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도록 함께 하고 싶다.
인생 2모작 시대라고 한다. 1모작은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기업가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면, 2모작은 나의 성공과 감사를 나의 형제와 이웃과, 그리고 나의 뒤를 따라 삶을 살고 있는 후진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인지 최근 하나님께서 나를 여성 기업인들의 모임인 ‘국민일보 기독여성 리더스포럼’의 회장으로 세우셨다. 회원들과 함께 선교를 후원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결성되었는데, 나는 이 일이 내게 주어진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하나님의 격려일까?
산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삶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나는 삶의 목표인 나로 하여금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지금 나의 행복을 주변과 나누며 살고 싶다. 낮은 곳에 눈을 두고,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내게 내려주신 큰 복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남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고싶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김정란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잘했다” 칭찬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