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산속에 있어도 도를 이루기가 어렵고, 근본을 잊지 않는다면 속세에 있더라도 돌아올 길이 있을 것이다. 네가 만일 언제든 돌아오고자 하면 내가 손수 데려올 테니 의심하지 말고 떠나거라.” --- p.19~20
“저 낭자의 성은 계요, 이름은 섬월인데 얼굴이 아름답고 노래와 춤 솜씨가 천하에 으뜸일 뿐 아니라 시문도 모르는 것이 없고 나아가 글을 보는 눈이 신통하여, 낙양 선비가 과거에 임하여 그 지은 글을 보고 당락을 정하기에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 p.42
“봉황과 기린은 누구든지 그 상서로움을 아는 법이고 푸른 하늘과 밝은 태양은 사람마다 높고 밝은 줄을 아는데, 눈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미인의 아름다움을 모르겠는가?” --- p.53
“부처님 말씀에 사람의 몸은 흙과 물과 불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였으니,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가를 어찌 알겠소?” --- p.82
맑은 노래와 묘한 춤으로 빈객과 주인을 접대하니 마치 봉황이 쌍으로 울고 푸른 난새가 마주보고 춤추는 듯이 진정한 맞수를 이루어 조금도 어그러짐이 없었다. --- p.214
“성진은 이미 깨달았습니다. 성진이 함부로 굴어 도심道心이 바르지 못해 마땅히 인간 세상에서 윤회할 것인데 사부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하룻밤 꿈으로 성진의 마음을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덕은 천만 겁劫(어떤 시간의 단위로도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으로,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한 때에서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라는 뜻)이라도 갚지 못하겠습니다.” --- p.242~243
“네 죄가 한둘이 아니니 음부淫婦는 들어라. 처음에 부인이 너를 경계하여 음란한 풍류를 삼가라 한 것이 좋은 뜻이었는데 너는 도리어 참소하여 나를 미혹케 하였으니 그 죄 하나요, 요망한 무녀 십랑과 음모하여 해괴한 방법으로 장부를 속였으니 그 죄 둘이요, 음흉한 종과 더불어 당黨을 지었으니 그 죄 셋이요, 스스로 방자하고는 부인께 미루었으니 그 죄 넷이요, 동청과 사통하여 가문을 더럽혔으니 그 죄 다섯이요, 옥가락지를 도둑질하여 냉진에게 주어 부인을 모해하였으니 그 죄 여섯이요, 네 손으로 자식을 죽이고 그 대악大惡(아주 못된 짓)을 부인께 미루었으니 그 죄 일곱이요, 간부와 작당하고 부인을 사지에 몰아넣었으니 그 죄 여덟이요, 아들 인아를 강물에 던져 죽게 하였으니 그 죄 아홉이요, 험지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살아 돌아오는 나를 죽이려고 하였으니 그 죄가 열이다. 너 같은 음부가 천지간에 크나큰 죄를 짓고 아직도 살고자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