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계단 아래서 수사관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나카조를 볼펜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와카바야시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고, 가슴속에서 애달프게 끓어오르는 어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 와카바야시 부인은 남편의 표정만으로도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여기에 머문 적이 없으니 모를 거예요. 이 사람들은.'
--- p.269
정말 심각한 이야기다. 기묘한 대위법으로 우리의 좁디 좁은 편견을 비꼬는 심각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무척 즐겁게 이 이야기를 읽어 갈 수 있다. 작가는 결코 심각하게 말하지 않는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처절한 객관적 관찰자의 시선이 없으면 불가능한, 유머를 듬뿍 뿌려 놓았기 때문이다.
유머는 항상 현재를 넘어선다. 현재의 상태를 넘어선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자만이 유머를 던질 수 있다. 그런 유머에 젖어드는 순간, 독자 여러분도 인정과 치유의 토포스, 수국 호텔이라는 감옥의 맛을 진정으로 보게 될 것이다.
--- p.281, 역자후기 중에서
여러분께서 이틀 밤을 지내신 '프리즌 호텔'은 그런 내게 소중한 꿈을 간직한 장소입니다. 거기에는 이상한 부의 에너지가 가득 고여 있습니다 .조잡하고 포악하고 비상식적이어서,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소입니다.
그러나 때로 메이저 세계의 논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뇌가 마이너 세계의 에너지에 의해 간단히 계몽되고 해결되어 버리는 세계이며, 이 세상에 흔해빠진 이런 현상을 묘사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 p.276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