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출생으로 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을 졸업하였으며, 1981년, 1987년, 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등을 수상하였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한국소설가협회, 전북소설가협회, 전북문인협회, 소설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눈을 들어 창 너머를 바라본다. 강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손등을 적시는 저 햇빛이 오랜 시간 내게 머물러 폭력의 망령에 물들어 있는 머릿속을 백지처럼 하얗게 표백시켜 주기를, 그리하여 나를 물고 늘어지는 이 질긴 어둠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기를 촉수를 뻗어 간절하게 빌어 본다. 머릿속에 병균처럼 우글거리는 잡다하고 더러운 생각들도 깡그리 녹여 없애 준다면 앞으론 아름답고 예쁜 생각들로만 가득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사는 것이 그다지 형편없거나 고통스럽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싶다. 그저 멍청하게 먹고 자고 돼지처럼 살아가는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바로 살아 있는 것. 나는 내게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서, 죽지 않고 살아 주어서. 그렇지 않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쨌거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 ---「퍼즐게임」중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를 붙잡아 글 속에 되살려 낸 캐릭터들, 허구일지라도 등장인물을 만드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작업이다. 소설 속에 나왔던 주인공들이 있어 시선을 끌어 주니 그들에게 감사하다. 이제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면 사람들은 내 삶을 헤집으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글 속에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 녹아 있어 엉뚱한 잣대로 내가 재단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라고 접근했던 이가 소설 속의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는 상황을 접하고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작가는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족한 필력으로 조아린다. 나는 지금 삶과 죽음의 현장에 있다. 죽음과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지는 노인 병동에서 찰나에 저세상으로 떠난 목숨들로 어느 날은 슬프고, 우울해서 가슴에 통증이 인다. 헤밍웨이의 소설들로 날을 지새우며 종군기자를 꿈꿨던 사춘기 시절, 삶과 죽음의 치열한 현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치기어린 환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이 든 지금은 모든 게 덧없고, 허허롭다. 그래도 아직은 건강해서 내가 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웃고, 붙잡거나 안아 주는 행동에 고마워하는 사람들, 그들 곁에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