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를 만들겠다는 방송인 김제동은 15분 공부하고, 45분은 노는 시간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싶은데 그 45분 동안 오로지 사람하고만 놀게 하겠다고 했다. 컴퓨터나 게임 없이 사람하고만 노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하고, 그리고 사람하고만 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나이 들어서 사람하고 놀 수 있는 문화를 익히는 것, 그래서 사람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친구를 만들어 두는 것은 사실 은행에 적금 하나 불입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게 아니면 혼자 놀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 두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그 긴 노후를 잘 견딜 수 있지 않겠는가? --- 〈명품 할머니, 명품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중에서
정말로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질까? 정말로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질까? 이 물음 앞에 그래 "예."라고 당당히 답변했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에게는. 나 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들이나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내가 '대장'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그 동호회 모임 안에서는 늘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 그 소망을 자신이 간절하게 믿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와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슬그머니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별반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과 별반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나 자신에게는 그래, 그렇지 뭐 그렇게 터부시하며 지냈음을 솔직히 밝힌다. --- 〈윤도현이 전해 준 그 ‘꿈’ 이야기〉 중에서
나는 지극히 다혈질이고 자존심도 세다. 주변 사람들이 한 결 같이 한 꼬라지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 '꼬라지'가 나이가 어렸을 때는 소신이었고, 나름의 내 색깔이었는데 나이가 마흔 훌쩍 넘고 보니 그건 그저 방어벽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내 인생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쉼표 하나 만들 공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다 보니 스스로 방어기제가 작용하여 꼬라지를 부리는 거다. 제 다혈질적인 성질을 자신을 지키는 도구로 활용하며 애써, 혼자서 쉼표 하나 찍고 있는 모양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오만 가지 일들에 대한 해석과 분석을 하고는 제풀에 지쳐 스스로 아이고, 힘든 인생이다 한다. --- 〈내 인생의 쉼표 하나〉 중에서
영화를 혼자 본다는 것, 어색한가? 도서관에서 책은 혼자 보면서, 그리고 미술관에도 혼자 가면서 왜 유독 영화는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우리들 일상에서 문화를 즐기는 법이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고, 뭔가 혼자 가면 고독을 질겅질겅 씹는 사람으로 나름 문화적 운치를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남들이 나를 측은하게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아이고,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남들에게 피해 안 준다면 내 인생은 내 것이지. 안 그런가? --- 〈영화, 그 혼자 보는 비밀스러움이라〉 중에서
어느 날 공책을 펼쳐 두고 자신의 과거 일상을 낱낱이 쓰면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자신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타인과의 소통도 이루어지는 법이다. 가끔 서로 소통되지 않아서 언쟁이 높아질 때, 대부분 타인의 잘못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정작 자신은 뭘 잘못 했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면 이때부터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소위 전쟁은 시작되는 법이다. --- 〈삼천 원짜리 신발〉 중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것, 따뜻한 영혼과 인사하는 것, 그것은 축복이고 행복이다. 폐차하는 중고차에 세차하는, 조금은 엉뚱한 사람을 보면서 우리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내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매일 인사를 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우리들 자만으로 혹은 우리들 욕심으로 그 소중한 인연이나 관계들을 그저 그렇게 폄하하고 흘려보내는 것은 아닐까?
--- 〈폐차하는 차를 세차하는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