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였던 1592년 왜옛 일본는 조총이라는 무서운 무기로 무장하고 조선을 침략했습니다. 명나라가 무너진 원인이 되었던 이 큰 전쟁을 우리는 임진왜란이라고 하는데, 이때 자그마한 무인도인 칠뱅이가 힘을 합해 왜군을 쫓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조선에서 벌어진 남의 나라끼리의 전쟁, 즉 청일전쟁 때에도 칠뱅이는 고향인 서해안 사람들을 지켰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아기 장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지키지 못한 나라를 땅이 지켰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왜군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은 이 땅의 지리와 그 특성을 속속들이 알아, 왜군을 골탕먹이며 게릴라전을 벌였던 의병이었습니다. 제주도도 아니고 울릉도도 아니며 강화도도 아닌 조그만 섬이지만 용감히 싸웠던 칠뱅이는 이런 우리의 의병을 닮았습니다. 이 땅의 초목과 흙 알갱이 하나까지 왜적에 대항했던 역사를 뒤돌아볼 때 칠뱅이의 전설은 겉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무장한 일본군을 몰아낼 힘을 지녔던 조선의 백성들, 그리고 그들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칠뱅이처럼 정의롭고 용감하게 힘을 모을 때 천하무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제 꼬마 섬들이 어떻게 우리 땅을 지켜냈는지 함께 지켜보기로 해요.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우리네의 속살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산이나 강의 생김새도 볼 수 있고, 이웃의 살림살이도 볼 수 있고, 나아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 내신 역사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이 땅의 옛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 땅의 옛 이름에는 선조들의 삶이, 마음이, 얼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습니다. 올바른 과거의 이해 위에 미래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우리 땅 옛 이름에 얽힌 우리 선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꿈꿔 봅니다. 신정일(문화사학자, ‘우리땅걷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