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기까지 온 거 더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잠시 보고 돌아가자.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문에 손을 대었다. 닫힌 문을 밀어 열자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꽃향기가 흘러나온다. 어느샌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뺨에 와 닿는 공기는 따스하고 달콤했다. 그리고 그 온기 속에서. “솔!” 기쁨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자가 넘어질 듯 크게 덜컹이고 진주 달린 레이스가 흔들거린다.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서 뛰어오는 소녀를, 솔레다토르는 곧장 알아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눈에 보이는 모습과 그가 알고 있는 어린애를 연결 짓지 못했다는 것에 가까웠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표정인데도.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순식간에 솔레다토르의 앞으로 다가가 선 생쥐가 반가움으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시선이 시작되는 위치가 평소보다 높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형도 전과 조금 달랐다. 살이 올라 약간 동그래졌던 얼굴이 화장으로 인해 보기 좋을 만큼 갸름해졌다. 건강하게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뺨을 살짝 붉게 칠하고 눈 화장 또한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몸매였다. 날씬하다기보단 그냥 마르기만 했던 몸이 흔히 말하는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어른스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가짜겠지. 아침나절 만에 가슴과 엉덩이가 두 배로 부풀 리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혹감은 가라앉질 않았다. 아니, 여기까지 오는 도중의 것과 더해져 되레 커지기만 했다. “솔?”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생쥐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다가 화들짝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건데, 반가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는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솔레다토르.” “……아니다.” 솔레다토르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어째서인지 생쥐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변했다고 해도 그저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일 뿐이건만. “이곳까지 무슨 일로 걸음을 하셨나요.” 진정한 생쥐가 공손하고 차분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솔레다토르의 시선이 천천히 다시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괜찮은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잠시 들렀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입술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