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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방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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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16g | 137*197*22mm
ISBN13 9791187206347
ISBN10 118720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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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하드 SF 작가의 시대가 온다

김창규 작가의 작품집이 드디어 선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무척 반갑고 각별한 심정이다. 오랜 빚을 마침내 덜게 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SF 전문출판 ‘오멜라스’를 맡고 있을 때 김창규 작가의 책을 내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이 겹쳐 이루지 못했다. 그 뒤로 꽤 시간이 흐르도록 김창규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F작가 중의 한 명으로 위상을 점점 더 굳혀가면서도 정작 단독 창작서 출간 기회를 좀체 잡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심해진 출판계의 불황에다 작가 개인으로도 일상에 치이는 생활이 계속되는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이 실리는 단행본 앤솔로지나 그밖에 여러 매체들이 매년 수시로 선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늦게나마 김창규 작가의 작품집이 나온다는 사실이 한 명의 독자로서 갖는 뿌듯함에 더해 같은 분야 종사자로서 특히 반갑다. 이 책에는 21세기를 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진작부터 널리 읽혔어야 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김창규 작가는 2005년에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 중편 부분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공모전은 당시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2004년부터 단 3년 동안만 시행했지만 김보영, 김창규, 박성환, 배명훈 등 오늘날 한국 창작 SF계를 대표하는 작가들 다수를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 활동 경력은 그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직도 20대 초반 시절의 김창규 작가를 기억한다. 큰 눈의 강렬한 인상에 늘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평소 말이 없는 편이지만 일단 입을 열면 신랄하고 예리한 관점이 두드러지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도 깊고 진지했던 이였다. 90년대 초반 PC 통신 시절부터 SF 동인 활동에 참여했던 그는 90년대 중반에 출간된 창작 SF 작품집인 『창작기계』(서울창작, 1993)와 『사이버펑크』(명경, 1995) 등에 이미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지금껏 일관되게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또한 번역가로서 그의 공헌 역시 한국 SF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 웬만한 SF팬이라면 그가 번역한 SF를 한 권이라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이버펑크를 포함한 하드 SF 분야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해외의 최신 하드 SF들이 보여주는 과학기술적 묘사를 이해할 사람은 꽤 있겠지만, 그게 SF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맥락을 잘 이해하고 우리말로 매끄럽게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번역가가 아닌 SF 창작자로서 김창규 작가의 강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으며, 이를 감동적인 스토리텔링과 결합하는 솜씨 또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드 SF 작가라 하면 주저 없이 김창규 작가를 꼽을 수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에는 적잖은 세월 숙성된 삶과 시대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따금 ‘머리로만 쓴 SF’의 가벼움이 감지되는 작가들이 있지만, 김창규 작가의 작품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그의 작품들이 하드 SF 계열이어서 부담을 느낀 독자가 많았다면 생각을 달리 할 일이다. 과학적인 수사로 표현하자면 김창규 작가의 작품 세계는 비열이 높을 것 같다. 달아오르는 데 꽤 긴 세월이 걸린 만큼 쉽게 식지도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가속 발달하는 21세기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가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SF 스토리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이 작품집을 시작으로 김창규 작가에게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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