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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eBook

씁쓸한 초콜릿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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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01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8.38MB ?
ISBN13 978896170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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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에바는 얇은 연어 조각을 불빛에 대고 비춰 보았다. 색이 너무나 고와!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녀는 흥분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한 조각만 먹어야지. 그녀는 입을 벌리고 연어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이어 연어를 입천장에 대고 혀로 지그시 눌러 보고 나서 천천히 맛을 즐기며 씹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연어를 삼켰다. 연어가 사라졌다. 입안이 텅 비었다. 그녀는 아직 남아 있던 연어 두 조각을 성급히 입으로 쑤셔 넣었다. 이번에는 기름이 전부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또한 맛을 음미해 보지도 않고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삼켜 버렸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는 이제 기름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식빵 두 조각을 꺼내 토스터에 넣었다. 그러나 빵이 다 구워지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에바가 안달이 나서 기계 옆에 달린 레버를 위로 올리자 빵 조각이 위로 튀어 올랐다. 빵 조각은 아직 흰색에 가까웠지만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녀는 재빨리 버터를 펴서 바르고 그것이 녹기 시작하는 모습을 홀린 듯이 지켜보았다. 버터는 처음에는 더 얇게 발린 가장자리에서, 잠시 후에는 가운데서도 녹기 시작했다. 냉장고에는 아빠가 즐겨 먹는 고르곤졸라 치즈도 한 덩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치즈를 나이프로 한 조각 잘라 낼 여유도 없이 단숨에 한 입 베어 물었다. 빵을 베어 물고, 치즈를 베어 물었다. 베어 물고, 씹고, 삼키고 또다시 베어 물었다.
냉장고는 얼마나 근사한 음식으로 골고루 채워져 있었던가. 삶은 계란 하나, 토마토 두 개, 햄 몇 조각 그리고 약간의 살라미가 연어와 토스트와 치즈의 뒤를 이었다. 에바는 황홀한 기분으로 씹고 있었고, 그녀는 오직 하나의 입이었다.
--- p.36~37

문제 중의 문제인 이 문제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비곗살이었다. 이 역겹고 부드러운 지방층, 이 지방층이 그녀와 주변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그것은 완충 장치이자 누에고치였고, 쿠션이자 무쇠 고리였다. 오직 비곗살만이 문제였다. 비곗살은 슬픔과 소외와 배척을 의미했고, 조롱과 불안과 치욕을 의미했다.
비곗살에 파묻혀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에바인 그녀가 말이다. 원래의 그녀는 지방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아가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마땅했다.
이 지방층에 그녀는 갇혀 있었다. 실제의 에바인 그녀가 말이다. 실제의 에바는 끊임없이 음식과 영양분과 속을 채워 넣을 것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토록 부끄러워하며 남몰래 먹는 거라면 무엇이든 달려들어 입으로 마구 집어넣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마치 굴착기처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이 누에고치 속에 들어앉아 또 다른 에바가 살아가고 있었다. 그 에바는 탐욕을 몰랐고, 닥치는 대로 우적우적 씹고, 허겁지겁 먹어 대고, 삼키고, 억지로 밀어 넣는 것도 몰랐다.
--- p.133~13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주인공 에바는 뚱뚱하다. 에바의 표현대로 하자면 ‘비곗살’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갈라놓는 원인이다. 비곗살은 오로지 사람들로부터의 소외와 배척, 조롱과 치욕의 대상일 뿐이다. 몸에 대한 이런 의식은 결국 좀 더 날씬해 보이도록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사람들 눈을 피해 다니는 등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에바는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거절감과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외로움으로 더욱 음식에 집착한다. ‘맛있는 걸로 달래줄 수 없는 불행은 없다’는 말대로 에바는 음식으로 위로받지만, 바로 그 순간 ‘오직 하나의 입’일 뿐인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굴욕감에 더 깊이 빠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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