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연구교수.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칼 마르크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로운 사회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회철학 및 정치이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논문으로 <노동과 잉여가치 생산의 관점에서 본 칼 맑스의 ‘권력’ 개념>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정치이론에 관한 소고> <사회비판이론으로서의 《자본》: ‘노동’의 해체를 통한 《자본》 독해> <조봉암의 국가건설사상: 민주사회주의 국가이념> <박헌영의 국가건설사상: 사회주의 국가건설> <칼 폴라니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기획과 진화’: ‘자유’의 실현방식이라는 차별적 관점에서> 등을 발표했고, 《정치학: 현대정치의 이론과 실천》 《독일공산당(KPD und DKP): 1945~1990》 《현대정치이론》 등을 편역했다.
맑스가 볼 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해방과 평등이란 진정한 의미의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정치적 해방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해방이 되려면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적 질서를 부정해야만 한다. 인간불행의 원천은 시장과 이로 인해 등장한 계급에 있는 까닭에 진정으로 필요한 개혁은 형식에 불과한 ‘정치적 개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혁명’이다.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권과 이기심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타인을 수단으로 여기고 자신도 낯선 세력들의 노리개와 수단으로 전락한, 오직 사적 인간으로 기능할 뿐이라고 맑스는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개인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적 이해관계만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삶을 정상적인 삶으로 인식할 것이다. 맑스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탐욕의 표현인 화폐가 지배하는 생활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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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으로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자유롭다. 노동자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계약하고, 원하지 않을 때는 노동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얼마나 자유로운 인간인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 맑스의 역설적인 표현처럼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또한 자신의 노동력을 마음대로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이러한 자유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맑스가 보기에 이것은 하나의 구속, 굴레, 멍에에 불과하다. 맑스는 말한다. 자기가 사는 사회를 통제하지 못하므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제적 관계들은 인간의 임금뿐만 아니라 정치, 종교, 이념까지도 지배한다. 또한 경제적 관계들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협동을 하기보다 서로 경쟁하도록 강요한다. 맑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누구보다 갈망했다. 그리고 그런 갈망 속에서 ‘정치경제학 비판’을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