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서 청춘의 꿈을 애초에 빼앗아 버린다는 것은 긴 일평생에서 그 짧은 행복의 시간까지를 빼앗는 것일세. 인생에 있어서 꿈 이외에 행복을 찾을 데가 다시 없기 때문일세. 현실에서 만족을 얻을 아무것도 없고 아무 수단도 사람에세는 없거니와,설사 현실에서 만족을 얻는다 하여도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다시 더 높은 행복의 출발점밖에 아니 되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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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기는 안마루에서 냉리 가지고 갈 새 금침을 압너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위에 섰으려니까 ,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 꼴하고 친구를 잘사귀어야 하는거야친구라고 찾아온다는것이 왜 모두 그따위 뿐이냐?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하다가 아범이 꾸리는 이불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듯이 얘얘 그게뭐냐 그게 무슨이불이냐 하면서 만져보다가 당치않은 삼동주 이불이 다뭐냐? 주속이란 내 낫세나 되어야 몸에 걸치는거야 가외 저런것을 공부하는 애가 외국으로 끌고나가서 더렵혀버릴테냐말이냐?사람이 지각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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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기는 부친의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구습상 부친에게 반대할 수도 없고 또 주제에 길게 논란할 수도 없는 터이어서 그만 두었었다. 그뿐 아니라 부친이 생각하였던 것보다는 현대 사상 경향이나 사회 현상에 대하여 아주 어둡고 무관심한 것이 아닌 것을 발견한 것이 반갑기도 하고, 부자간의 이런 토론은 처음이었으나 그로 말미암아 부친과 자기 사이가 좀 가까워진 것 같은 기쁜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웃고만 말았지만, 어쨌든 부친은 봉건 시대에서 지금 시대로 건너오는 외나무다리의 중턱에 선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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