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의 ‘나’는 명망 높은 집안의 아들이다. ‘나’는 기성세대의 위선과 잔임함이 싫다.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니, 그것을 깨부수고 싶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강건하지 못하다. 벗어나려고 꿈틀댈수록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나락으로 빠져든다. 오직 순수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현실, 즉 기성세대의 사회 속에서 파멸되어 간다. 바로 ‘나’는 현실의 작가와 닿아 있는 것이다. 한편 다자이 오사무는 「달려라 메로스」에서 그리스 전설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자의식과 수줍음을 이야기한다. 보다 더 나약한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순수성을 부르짖는다.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채 축적한 기성세대 부의 비호 아래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치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연약한 청년의 이야기가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다. 전통적인 가치가 설 자리를 잃고, 또한 젊은 세대가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전후戰後 일본의 혼란을 완벽하게 그려낸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사회를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