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 씨가 영화잡지 편집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의아해 했었다. 영화잡지 편집장이 더 좋은 자리가 아닌가 더 재미있고 더 높은 자리가 아닌가 했었다. 그 잡지에 고정적으로 실리는 그의 짧은 글을 좋아했기에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소설을 써냈다. 꿈을 갖기는 쉽지만 그걸 이루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첫 작품으로는 너무 부피 있고 진지하고 야심적이다. 읽을수록 그의 사회경험과 글쓰기의 능력이 고스란히 우러나와 신뢰감을 느끼며 빠져 들어갔다. 이 시대의 열정과 불안의 조짐을 같이 느끼며…….
---박완서(소설가)
불안과 열정이라니, 돌발적인 제목부터 조선희답다. 찔끔찔끔 그의 짧은 글만 읽던 사람들의 갈증을 한방에 풀어주는 시원한 통글이다. 쭉쭉 읽히는 속도감과 정곡을 콕콕 찌르는? 맛도 짜릿하다. 불안을 열정으로, 그 열정을 뭉클한 인간애로 끌어내는 주인공들. 그들 나름의 열정에 대한 접근과 이해, 표출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영준이 되고 인호가 되고 민혁이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 안에 이들 모두가 혼재해 있다는 것을? '역시 조선희구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오지여행가)
나는 그동안 소설가들이 소설을 지어낸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가 소설을 써보니 그건 '지어낸다'는 것보다는 '토해낸다'는 게 어울리는 작업이었다. 어쩌면 데뷔작이어서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른다.
20대에서 30대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늘 몸은 여기 있으되 마음은 어디 딴 데를 헤매고 있다고 느꼈다. 어떤 전염성 강한 인풀루엔자가 내 안에 들어와 청춘의 열병을 앓게 했던 것 같다. 이제 토해놓고 보니, 저것이 들어 있어서 내가 그 동안 때때로 어지럽고 미열이 나고 잠을 설치고 마음이 아프고 또 들뜨기도 하고 까불기도 하고 결국은 직장생활을 못 견디고 뛰쳐나오고 그랬구나, 싶다. 그것들을 모두 토해놓고 나니 이제 비로소 내가 안전하게 40대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 조선희(저자)
<씨네21> 조선희 편집장, 그게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의 호칭이었다. 그 시절 그는 참으로 잘 나갔다. 그런 그가 그 자리를 그만두고 이제 소설만 쓰겠다고 했을 때 속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희, 너 실수하는 거야." 이제 그 말을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거두어들여야 할 것 같다. 이 책 『열정과 불안』은 그가 예전 <씨네21>을 만들 듯 아주 공들여 쓴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우리 삶에 대한 '조선희 식' 통찰이 곳곳에서 빛난다. 이 작품으로 나는 그를 다시 이해했고, 또 내가 지나온 삶의 여러 기미들을 다시 이해했다. 우리 곁에 그야말로 힘센 작가 하나가 새롭게 출현한 것이다.
--- 이순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