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기가 달린 절약형 전화기 이 회사에서는 계몽활동과 함께 한 가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대 한 대의 전화기에 요금미터기를 설치한 것이다. 어떤 직원이 외부에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면 상대방이 수화기를 드는 것과 동시에 이 요금미터기에 부착되어있는 도수계가 작동하여 10엔, 20엔, 30엔 하는 식으로 통화시간에 비례한 통화요금이 미터기에 나타난다. 그것이 눈에 띄므로 유유히 잡담 따위를 할 수가 없다. 이미 전화요금이 300엔까지 오르고 있음을 알게 되어 “이제 그만 끊겠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 p.145
창고를 넓히면 재고관리가 잘된다? 큰 창고를 가진 회사나 작은 창고를 가진 회사나 모두 한결같이 ‘조금만 더 공간이 있으면 재고관리가 더 완벽하게 될 수 있을 텐데’ ‘창고가 좁아서 몹시 불편해’ 같은 푸념을 한다. (…) “과장님, 독신일 때는 어느 정도 크기의 집에서 살았습니까?” “24평짜리 집이었지요.” “결혼하고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니, 결혼한 후에도 24평짜리 집입니다. (…) 안방에 있던 세간을 일부 마루로 옮기고 그럭저럭 하다 보니 둘째를 낳고도 24평짜리 집에서 살 수는 있더군요.” (…)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일이라면 온갖 지혜를 모두 짜내어 좁은 공간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런데 회사일이 되면 그런 지혜를 짜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 p.158~159
사흘 된 시금치가 더 비싼 이유 이 바이어에게 구멍가게를 시켜보자. 아주머니가 50엔을 들고 시금치를 사러 온다. 그러나 구멍가게에 50엔의 시금치는 없다. 진열된 신선한 시금치는 한 단에 70엔이다. 그런데 얼핏 보니까 가게 안쪽에 팔다 남은 시금치가 있다. “아저씨, 저기 저 시금치를 50엔에 팔지 않겠어요?” 그러면 이 바이어는 버럭 화를 낼 것이다. “아니 뭐라고요? 오늘 들어온 시금치는 70엔인데 저 시금치는 사흘 전에 들여놓은 것이라서 재고유지비와 금리가 붙었으니까 75엔은 받아야 돼요.” 이 바이어는 도대체 무엇을 구매코스트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 p.219
전 사원이 동참하는 원가절감 운동 생산현장에 가보았더니 기계 하나하나에 ‘이 기계의 감가상각비는 1시간당 ○○엔’ 이라고 씌어진 팻말이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 또 공구실에서 빌려오는 마이크로미터를 비롯해 노기스, 스패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구에는 하나하나 가격이 붙어 있었다. “이 마이크로미터는 156만 엔이다. 소중히 다루도록.” 이러한 것을 자연스럽게 교육하고 있는 셈이었다. (…) 이러한 사고방식은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철저히 침투되어 있었다. 서무과에서 지급되는 볼펜에도 하나하나 단가표가 붙어 있다. 심지어 노트에도 한 장마다 가격이 인쇄되어 있다. 이렇게 해두면 메모지 대신 노트를 찢어서 쓰려고 하다가도 코스트를 생각해서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 p.35~37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종이를 완전히 씌우도록 지도하고 1개월이 지나 조사를 해보니, 불량률이 1만 개 가운데 1개로 줄어들어 있었다. 불량률이라는 점에서만 볼 때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처럼 확실히 종이를 씌우기 위해 작업자 수는 전에 비해 30퍼센트나 증원됐음에도, 공장에는 차츰 미처리 원료가 쌓여갔다. 그래서 결국 야간작업 등으로 극복해 나갔는데 나중에 상세한 코스트 계산을 해보니 케이스마다 인건비가 10엔이 올라 불량품 감소에 의한 이익 6엔을 공제해도 결국 4엔의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상품이라도 코스트가 많이 들어가 경제성이 없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다. 곧 경제감각이나 코스트 의식이 희미한 사원이 많은 회사는 망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코스트 의식으로 무장한 회사는 살아남아 강한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 책은 코스트에 관한 전문적 이론서가 아니다. 쉽고도 재미있게 사례를 들어가며 반복적으로 코스트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읽다 보면 어느새 코스트 의식에 물들게 되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혁신서다.” 삼성SDI 상담역 손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