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피에르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의 집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피에르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무척 소름 끼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크게 열린 두 눈과 확장된 동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물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듯했고, 손가락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몸은 턱까지 시트에 덮여 있었다. 나는 시트를 들춰보았다. 그의 목덜미에는 손가락 자국 다섯 개가 나 있었다. 그 자국들은 살 속 깊이 박혀 있었고, 셔츠에는 피 몇 방울이 얼룩져 있었다. 바로 그때, 뭔가가 내 몸을 건드렸고 나는 그의 알코브에 놓인 초인종을 우연히 쳐다보았다. 박제된 손은 그곳에 없었다. ……그 손은 정말이지 끔찍했으니까. 어쨌거나 그후 나는 그 손의 행방을 알아보지 않았다. --- p.14 「박제된 손」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듯한 의심이 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싫어하는 음료마저 마셔버린 것이 아닐까요? 그간의 내 감각들이 몽유병적 수면으로 인해 마비되어, 평소의 입맛과 전혀 다르게 변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에게 새로운 술책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반드시 만질 수밖에 없는 모든 물건들을 하얀 모슬린 천으로 감싸고 흰 삼베 수건으로 한번 더 덮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물건들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은 있었지만 흑연으로 더러워지지는 안고 깨끗하더군요. 하지만 삼베 수건은 내가 덮어두었던 방식과 전혀 다르게 덮여 있었습니다. --- p.27 「오를라(제1판)」
저는 관을 열고 관속에 등불을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파리했고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끔찍스러운 모습이었지요! 입가에는 검은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였습니다! 바로 그녀였어요! 공포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쪽 팔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그 흉측한 얼굴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날 밤 내내, 저는 사랑스러운 포옹 후 남자들이 여인의 향기를 간직하듯, 그 불결한 부패의 냄새를, 제 사랑하는 애인의 냄새를 간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