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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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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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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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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4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5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73쪽?
ISBN13 9788939205079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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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호 아저씨, 손님 왔어요."
동생 달수가 왔는가, 싶어 내려가겠다고 했다. 달수는 이따금 제 마누라 모르게 무슨 오렌지주스나 초코파이 같은 과자들을 사 들고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받쳤지만 그래도 형이라고 찾아와준 것이 고마워 한 번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애기도 아닌디 뭣 할라고 요런 것은 사 오고 그러냐" 했더니,
"형 술 먹지 말라고 그러제" 하는 것이었다.
"너는 요새 뭣을 허냐?"라고 물으면,
"암것도 안 해" 했다. 돈은 없고 체면은 있어서 과자 나부랭이를 사 들고 오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달수가 가고 난 다음에는 달곤 혼자 여관방 천장에 대고 추잡한 자식이라고 욕을 하고 말았다. 그러다가는 문득, 추잡한 인간은 동생이 과자 나부랭이나 사 왔다고 욕을 하는 제가 아닌가 싶어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던 것이다.
--- p.21
"자네, 나보고 매정허다고 했는가? 자네 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모양인디, 나 김달곤이가 정으로 망한 사람이네, 알겄는가?"
괜히 열이 뻗쳐올랐다.
"진정하시고, 사실은 말입니다. 나 조영갑이가 아조 기막힌 인생이란 말입니다."
"세상천지 다 둘러보소. 기막히지 않은 인생이 어딨다든가."
그 말은 자기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형님도 짐작은 하셨겠지만 내가 왜 이놈을 데리고 다니는지 아요?"
열 받치는 데는 술이 약이었다. 달곤은 음료수 잔에 부어진 술을 물 마시듯 단번에 들이켜버린다. 안주라고야 깍두기에 돼지 머릿고기 삶은 국물뿐이어서 아이 앞에 놓인 닭튀김에 눈길이 가지만 체면상 집지는 못하고 깍두기 한 점만 우둑우둑 씹어먹는다.
"마누라가 집을 나가부렀소야.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년이 왔소. 와서는 또 나갔네. 내가 식당 개조하는 데서 받은 돈을 그년이 다 챙겨가부렀소야. 내가 죽을 각오하고 받은 그 돈을 말이요."
달곤의 심장이 벌렁이기 시작한다.
"뒷말은 더 이상 허지 말소. 내가 심장이 좀 약해놔서 말이시. 남의 안 좋은 얘기 들으면 속이 막 뒤집어질라고 허는 증상이 생긴단 말여."
"형님도 참 지병인갑소. 남의 일에 너무 애달캐달헐 것은 없어라우. 얘기 계속해도 되겄지라우?"
그러라고도 안 했는데 영갑은 제 심란한 현실을 안주 삼기로 작정을 한 얼굴이다. 그만 하라고, 불난 데다 부채질할 일 있느냐고 악을 쓰고는 싶은데 자꾸 술만 들어간다.
"그래서 하던 얘기를 계속하자면, 우리부자가 지금 어디서 산 줄이나 아요? 철거된 난곡의 빈집에를 들어가 살고 있소 지금. 내가 일을 나가고 싶어도 오토바이 기름값이 없어서 못 나가고 있소. 밥을 먹어본 지가 사흘이 넘소. 내가 어떻게 살았으먼 쓰겠소, 말 좀 해주쑈, 형님."
"나한테 묻지 말고 자네 마누라한테 가서 물어보소."
"내가 그래서 오늘 안으로 그년을 잡고 말라요. 형님, 나랑 동행 좀 해주실라요?"
"내가 왜?"
"그년이 어떤 놈팽이허고 붙어 있다는데 내가 사흘 굶어서 도저히 힘이 없소. 형님이 내 대신 그년을 잡아다가 주리를 좀 틀어주시요."
이것이 뭔 말인가, 싶다. 달곤이 제가 할말을 지금 영갑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어이 영갑이, 내가 진짜 인생 상담 한번 허까? 한번 집 나간 여자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어. 내가 그것은 알고 있다네."
그런데 지금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무슨 소린가. 술을 먹어서인가. 맘에도 없는 소리가 술술 나오는 것이 술 때문인가.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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