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감성]과 [한국수필]로 등단. 많이 읽고 부지런히 글 쓴다. 우물과 두레박이라는 개인블로그 활동도 열심이다. 그밖에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나는 문학계의 아웃사이더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떠나 수필은 나의 숨결과 같고 또한 자전(自傳)이기도 하다. 내 삶에서 흘러나온 노래, 그 노래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도 흐르기를 바라는 삶의 표현이다. 저서로는 『우물과 두레박(수필로 쓰는 글쓰기)』이 있다.
살면서 어쩌다 한 번씩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시원한 울음에는 일종의 배설과도 같은 쾌감이 함께 하듯, 속에 있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글이 책으로 나오는 일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내 안에 정체되어있던 것들이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은 오랜 시간 막혀있던 터널이 뚫려 시원스레 빠져나가는 자동차 운전자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똑같은 처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산모가 아이 낳고 난 기분이 이랬을까. 아마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 권의 책이 나온다는 것은 산고(産苦)와 다름없을 것이다. 산모는 오랜 고통 뒤에는 꽃 같은 아기를 품에 안는다. 책을 출간하는 것도 그런 시간과 같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임산부가 된 심정으로 책을 만들고,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은 산모의 기분과 매한가지다. 이제, 산모가 아기를 키우듯 책이 나온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있던 것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아이를 낳고 둘째를 준비하는 산모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물체가 아닌 사람의 생각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생각도 하면 할수록 생각에 가속이 붙는다는 걸 요즘 들어 깨닫는다. 내 안에 쌓인 것을 쏟아내고 난 다음 해야 할 일은, 관성의 힘으로 빠져나간 빈 곳에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말할 필요가 없을 때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뭇잎을 다 내려놓고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