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이 아버지는 실직하시자 집을 나가고, 상명이와 민희는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고 엄마는 양말공장에 나가시게 된다. 상명이는 마을길을 달리며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군 역전 마라톤 대회와 도 역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먼발치에서 아이들을 보려고 왔던 아버지는 상명이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중소업체에 취직하고 드디어 온 가족이 모여살게 된다. 상명이의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정 이야기가 곁들여져 친구 · 가족 모습을 견주며 읽기에 좋다.

민석이 사건 이후로는 별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더러는 맹훈련에 들어가기도 한 모양이었다. 해당되는 아이들은 모두 아니라고 우겼지만 소문은 꼬리를 물고 전해졌다. 누구는 모래 주머니를 차고 연습을 하고, 누구는 새벽에 일어나서 바위 언덕길을 뛰고, 또 누구는 해가 진 뒤 가산산성 주위를 뛴다고 했다. 나는 물론 연습을 하지 않았다. 마라톤에 별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욕심도 없었다.

아버지 소식은 여전히 알 길 없었으며 어머니는 공장에 잘 다녔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했다. 처음에 엄마는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했는데 요즘은 이삼 일에 한 번씩 한다. 전화벨이 울리면 민희는 "엄마닷!"하고 소리치며 달려가서 전화를 받는다. 그럴 경우 대개 어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