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 사이에 ‘선생님 창가’라는 별칭이 붙은 〈내 주여 뜻대로 합소서〉를 고요히 합창했다.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 옵소서온몸과 영혼을 다 주께 드리니이 세상 고락간 주 인도하시고 날 주관하셔서 뜻대로 하소서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큰 근심 중에도 낙심케 마소서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날 주관하셔서 뜻대로 하소서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내 모든 일을 다 주께 맡기고 저 천성 향하여 고요히 가리니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최 선생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고요히 찬송을 들었다. 1935년 1월 20일에 화농 복막염으로 이미 병은 더욱 악화되었다. 최 선생은 자신의 임종을 직감하였는지, 주위를 차례로 바라보면서 힘겹게 말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만일 제가 떠난 후에라도 학원만은 잘 살려서 여러분의 손으로 훌륭한 학원을 만들어 주세요. 제가 약혼한 지 올해가 꼭 10년이에요, 올 4월부터는 두 사람이 힘을 모아서 농촌을 위해 일하자고 굳게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대로 떠나면 그 사람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효도 한 번 못하고 제가 늙으신 어머님보다 먼저 떠난다면, 그것도 죄송한 일이고, (처량한 얼굴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제가 죽은 후에는 학원이 잘 보이는 곳에 종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묻어 주세요. 약혼자와 부모님이 놀라지 않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세요.” 띄엄띄엄 한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어 갔다. 이런 토막토막의 말들을 안홍팔 씨가 간호하면서 수첩에 기록한다. 이것이 마지막 부탁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