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휴자는 말하였다.
"천하를 다스림에 방도가 있으니 오직 공정할 따름이다. 임금은 공정하지 않으면 안 되니 작위를 내리는 것이 공정하고 상을 내리는 것이 공정하며 형벌을 쓰는 것이 공정하고 법을 지키는 것이 공정해야 한다. 신하도 공정하지 않으면 안되니, 관청의 일을 함에 사사로운 일을 꾀하지 않고, 공공의 장소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말하지 않으며 공적인 관직에 임하여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고, 공변된 의리를 따라 사사로운 욕심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임금이 공정하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사사로우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신하가 공정하면 몸이 편안하고 사사로우면 몸이 위태해진다.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하 중에 공정한 이로는 순 임금의 신하 우와 우 임금의 신하 직만한 이가 없었다. 우 임금이 신하로 있을 때 치수를 급무로 여겨 제때 일을 해내지 못할까 걱정하였고, 직은 농사일을 급무로 여겨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었다. 차라리 자기 집안에 손해가 생길지언정 나라의 중요한 사업을 무너지게 하는 일은 차마하지 않았다. 자기 재산을 잃게 될지언정 백성들을 다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금은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의심하지 않았으며, 신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다.
지금 선비된 자들은 그렇지 않아 벼슬길에 오르자마자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에 힘써 작게는 뇌물을 받고 크게는 가렴주구를 행하며, 파리처럼 앵앵거리고 승냥이처럼 탐을 내어 끝을 모른다. 임금이 비록 그들을 멀리하고자 하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아, 세상의 도리가 날로 쇠퇴해 가는 데도 진실로 회복하기 어렵구나." ---「3.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은 공정함에 달려 있다」 중에서
부휴자가 말하였다.
"신하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멀리서 보면 엄숙하고 가까이하면 따스하며, 의표가 조정에 드러나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절로 다스려지도록 하는 사람이 사신, 곧 스승으로서의 신하이다. 지혜가 샘물처럼 흘러나오고 계책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기이한 꾀를 내어 임기응변을 하면서 곁에서 보필하는 사람이 우신, 곧 벗으로서의 신하다. 명분과 행실을 갈고 닦아 아침저녁 몸소 다니며 잘못을 바로 잡아 임금을 도에 이르게 하는 사람이 빈신, 곧 손님으로서의 신하다. 법에 따라 처신하며 청렴하게 직분에 임하고 나라의 법률을 조심스럽게 지켜나가되 권세 있는 자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이신, 곧 관리로서의 신하다. 한 번 부르면 바로 대답하고 두 번 부르면 모든 것을 찬동하여 임금의 얼굴빛을 보고 이를 따라 어김이 없는 사람이 복신, 곧 하인으로서의 신하다.
덕으로 천하를 가지고자 하는 임금은 사신의 보좌를 받고, 힘으로 천하를 얻고자 하는 임금은 우신의 보좌를 받으며, 간언 해주기를 좋아하는 임금은 빈신의 보좌를 받고, 법을 지키고자 하는 임금은 이신의 보좌를 받으면 된다. 또 나라를 망칠 임금은 복신의 보좌를 받는다. 속담에 '산이 높으면 숲이 무성하고, 못이 깊으면 물고기가 크며,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현명하다'고 하였다. 임금의 덕이 크고 작음에 따라 정치의 효과는 같지 않은 법이요, 맡긴 임무가 크고 작음에 따라 이루어질 일도 또한 차이가 난다. 이로 보건대, 임금된 사람은 마땅히 어떤 신하를 쫓아야 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18. 신하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