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새벗문학상’에 동시가, 2002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에 동화가 각각 당선되었다. 2007년 동시로 제5회 ‘푸른문학상’을 받았으며, 지은 책으로 동시집 『고래와 래고』가 있다. 현재 번역문학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변신』, 『압록강은 흐른다』,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 『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데미안』, 『헤르만 헤세 환상동화집』, 『싯다르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다.
무슨 말을 더 해 드려야 할까요? 모든 것이 강조되어야 마땅하겠지만 끝으로 한 가지 조언을 더 드릴까 합니다. 그건 바로 차분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꿋꿋하게 쉼 없이 발전을 이룩하시라는 겁니다. 그러한 발전을 가장 많이 방해하는 것은 당신이 외부로 눈을 돌려 그곳으로부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질문들에는 가장 고요한 시간에 당신의 가장 내밀한 느낌만이 답할 수 있지요. --- p. 20
당신은 한창 젊습니다. 바야흐로 이제 막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지요. 그런 까닭에 저는 친애하는 당신에게 온 마음으로 부탁드리고 싶군요. …… 아무리 애써도 해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 대답들을 직접 살아 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므로 그 모든 것을 직접 살아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는 그 질문들과 의문점들을 직접 살아 보시기 바랍니다. --- p. 42쪽 중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들은 한결같이 모두 어렵고 힘겨운 것을 고수하지요.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라고,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만들어 낸, 오로지 자신만의 독자적인 것입니다. 자연 속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그리고 어떠한 저항에도 맞서면서 끝내 고유한 것이 되고자 하지요.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렵고 힘겨운 것을 신뢰하고 의지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 p. 70
그러니까 친애하는 카푸스 씨,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청난 슬픔이 바로 눈앞에서 치솟는다 해도 절대로 소스라치게 놀라면 안 됩니다. 한 가닥 불안이 마치 빛과, 땅바닥에 드리워진 구름의 그림자처럼 당신의 두 손 위로, 그리고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 위로 지나갈 때도 놀라면 안 되고요. 어떤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삶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삶은 당신을 손에 꼭 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삶은 당신의 손을 놓아 버림으로써 당신이 쓰러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