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딩은 당당이 실종된 지 닷새째 되는 날 갑자기 사라졌다. 당당을 잃어버린 후 며칠간은 낮이고 밤이고 길목을 지키며 동생을 기다렸다. 한시도 꼼짝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기다리고만 있었다. --- p.7
날이 어두워졌다. 산속의 어둠은 짙은 먹물처럼 검고 무거웠다. 딩딩은 산길에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아!빠!” 딩딩의 목소리가 협곡 안에 메아리쳤다. 딩딩은 목이 쉬어서 더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소리쳤다. 어둠 속에서 딩딩은 자기가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계속 앞 을 향해 걸었다. --- p.42
“누가 쟤를 바보라고 그랬어. 보통 사람보다 더 고운 마음을 가졌구먼.” “바보가 어때서? 바보라지만 멀쩡한 아이들과 비교해도 부족한 것 하나 없구먼. 오히려 낫네!” 판수어 부부는 딩딩이 점점 더 좋아졌다. --- p.93
태양이 떠올랐을 때 거의 모든 마을 사람이 온 산으로 흩어져 허리를 굽히고 소리 없이 방울을 찾아다녔다. 그것은 이 산촌에서 한 번도 없었던 대규모 수색 작업이었다. 겨우 방울 하나 찾자고, 그것도 외지에서 흘러든 바보의 방울 하나를 찾자고 말이다. --- p.114
“세상은 가없이 넓고, 사람은 수없이 많은데 넌 어디로 동생을 찾으러 갈 작정이니?” 그러자 딩딩이 앞쪽을 가리키며 마치 당당이 보이기나 하는 것처럼 말했다. “동생이…… 동생이 저기 있어요!” 판수어도 앞쪽을 바라보았지만 판수어의 눈에는 끝이 없는 어둠만 보일 뿐이었다. 마치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듯 딩딩의 눈이 반짝거렸다.
중국 유마디 마을에 살고 있는 딩딩과 당당, 예기치 못한 사고로 동생 당당과 헤어진 딩딩은 동생이 실종된 지 닷새째 되는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당당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작은 간이역까지 뛰어가고, 그곳에 정차해 있는 기차에 오른다. 몸도 마음도 지친 당당은 어느 산촌 마을에까지 이르게 되고, 판수어라는 남자가 숲속에 쓰러져 있는 딩딩을 발견한다. 딩딩은 한동안 판수어네 집에 머물며 그의 양 떼를 돌보게 되는데 당당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눈 먼 양에게 더욱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그러던 어느 날, 딩딩은 손목에 있던 방울이 없어진 것을 깨닫고 동생을 향한 그리움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 뒤 딩딩은 다시 동생 당당을 찾기 위한 머나먼 길 위에 서게 되고, 판수어와 산촌 사람들, 눈먼 양이 딩딩을 따르며 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