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게스트하우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백팩커라는 말로 배낭 여행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위한 숙박시설을 함께 의미한다. 백팩커의 가장 흔한 객실 형태는 4인, 6인, 8인이지만 더러 1인 혹은 2인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10인실 이상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 p.9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내가 가게 될 곳이 어떤 곳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낯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내리라고 자신을 믿긴 했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오직 나만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지금 자신이 향하고 있는 곳을, 그리고 그다음에 가게 될 곳까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p.21
돌아보면, 그런 특별한 혹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웃으며 주고받는 한마디의 인사로도 마음은 즐거워지곤 했다.--- p.30
우리는 무엇일까. 아니, 나는 무엇일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점철된 문장들을 그 물음에의 선천적인 답이라 감히 말할 수 있었다. 돌풍에 말려든 대숲이 되어 그리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막에 서는 거리도 방향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딩고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p.40
데저트 파크에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새들과 그들의 소리였다. 공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건물들의 이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철창이나 유리 벽 따위를 사이에 두지 않고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었다.--- p.47
그래, 어느새, 이곳의 많은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p.52
여행에 앞서 짐을 꾸릴 때, 누구도 쓰지 않을 물건을 여행 가방에 담지는 않는다. 그처럼 괜한 생각과 마음들도 적절히 비워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행 가방의 크기와 여행 경력은 반비례한다고 했던가. 그것들은 분명, 여행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p.125
지나간 추억은 때로 잠깐의 것이었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곤 한다. 그러나 그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마저도 사실은 잠깐이라는 것을, 생각 해야만 했다.--- p.128
워킹홀리데이 초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뉴질랜드와 피지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도 남은 시간은 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한 달은 말할 것도 없고 일 년도 결코 길다고 말할 수없는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그랬다. 밤하늘의 숱한 별을 보며 이미 몇 번이나 깨달아왔던 일이다. 한 삶도 짧다는 것은. 그 짧은 생에서 칭송받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았다. 다만 후회와 부끄러움을 줄이고 싶었다. 그것은 열정과 호기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p.181
그리고 ‘불확실’이라는 것은, 졸업 문을 넘어서 우리가 발을 디디는 새로운 세계 그 자체였다. 비유하자면 망망대해를 향해 낙하하는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적지 않은 수의 배들이 그 주변을 지난다. 그리고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그 위에 오르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배에는 탑승 정원이 있고, 그에 따라 배들은 항해사, 갑판수, 목수나 엔지니어 등 그때그때 자신들에게 필요한 직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서 태운다. 숱한 배들 역시 어디까지나 불확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185
다른 사람들은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모국으로 돌아갈 때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바로 그것을 생각했다. 후회 혹은 만족감, 걱정 또는 자신감. 더러는 무덤덤할 수 있을지도.--- p.192
그들이 본 나는 어땠을까. 나는 스스로가 달라져 있다고 느꼈는데. 나는 출국 전에, 어떤 변화 혹은 성장을 기대했던가? 잘 모르겠다, 혹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노력하면 되는 걸, 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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