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전북 장수에서 출생하여 전주 완산고를 졸업하고, 1986년 충남대 경제학과에 입학하였다. 대학 재학 중 문학동아리 「시목」에서 줄곧 활동하면서 1990년에 충대문학상 시 부문, 1991년에 충대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큰시문학동인회」「풍향계문학동인회」「화요문학동인회」「통시문학동인회」 등 여러 문학동인회에서 활동하였다. 시와 소설이 여러 신문사의 신춘문예 최종심에 여러 번 올랐으나 최종 선에 들지는 못하였다. 1995년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에너지 저널』 편집장으로 근무하였다. 2007년 8월 23일, 후배를 만나 술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와 쓰러졌고, 다음 날 혼수상태로 발견되었다. 그 후 3년여의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10년 12월 23일에 영면하였다.
비록 집도 절도 없지만 당나귀가 한양의 관문에서 당당하게 살고 있다는 역설(익살)을 통해 시인은 유랑하는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어떤 거룩한 면모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면모가 전근대적 미덕과 함께 신명 나게 살아나야 할 지점에서 시 쓰기는 안타깝게도 멈추고 말았다. 별이 지어 준 이름을 두고 아이가 떠나서, 향한 곳은 어디인가. 그곳도 찬 비 뿌리고 붉은 꽃잎이 지더냐. 캄캄한 도시에서 회색 건물들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가다가 진혼가는 덜덜 떨면서, 시인이 남긴 흔적을 어루만지고 있다. - 권덕하 (시인문학·평론가)
선천적으로 술을 못하는 나는 말대꾸나 해 주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창밖으로 어둠이 밀려오고 왠지 적막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아무래도 그는 외로움을 심하게 타고 있었던 것 같다. 길 잃은 짐승처럼 자기를 어쩌지 못해 술 앞에서 무너지는 그의 슬픔을 밀려오는 어둠은 알기나 했을까? 겉으로 쾌활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독에 젖어 있었던 내면은 주변 사람들도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정용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