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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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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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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3g | 145*210*20mm
ISBN13 9788954624480
ISBN10 895462448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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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정원선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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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쯤 전이었다. 철학 고전을 20권가량 고르고, 그 책이 왜 재미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교양서를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중에, 분야는 철학으로 좁게 한정하지 않아도 되고 문학이나 음악을 다룬 책을 철학적으로 논해도 괜찮다고 했다. (…) 먼저 해야 할 일은 읽어서 재미있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도 즐거울 법한 책을 20권쯤 고르는 일이었다. 그 일은 어렵지 않았다. 책 리스트를 다시 살펴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지금 읽고 싶은, 내 이웃들이 잡아도 흥미로워할 법한 책들이었다. 그렇다면 쓰는 순서도 그때그때 해당 책에 대해 쓰고 싶다는 기분이 들면 그에 따라 쓰기로 했다. (6~7쪽)

루소가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 이성적인 사회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자유의 원리성이었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의 참된 관계는 생겨나지 않는다. 자유가 없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면, 우선 강제로라도 그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사회계약론』은 ‘자유가 기본’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고찰해보려는 책이다. (112쪽)

어떤 의견이 진리이든 오류든, 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익이라고 밀은 말한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사회생활을 둘러싼 생각이나 의견은 어느 것을 취하더라도 절대적인 진리 따위는 찾을 수 없다’는, 상대적으로 세계를 보는 눈이다. 그렇다면 어느 의견에도 유일무이한 특권적 지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 어떤 의견이든 거리낌없이 제시하고, 서로 진위를 다투면 된다. 그 가운데 어떤 의견이 찬동하는 이를 많이 얻어 진리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절대적 진리와는 거리가 멀다. 언젠가 다시 진리가 아니라고 판명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진리가 언제까지나 계속 진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끊임없이 비판당하고 음미되고 새로운 진리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125쪽)

현실세계의 진상에 바싹 다가가려 한 근대소설은 사회와 개인의 부정적인 면, 어두운 부분, 악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입체적인 소설세계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에서는 악·악인·악행이 근원적·본질적인 요소를 이룬다는 사실을 에누리없이 인정할 것이다. 악이 광채를 발하는 것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다.

파스칼의 시대는 더이상 너나 할 것 없이 순진하고 무심하게 신을 믿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신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사회에 확산되고 있던 시대였다. 신이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보이는 이미지는 시대감각에 맞지 않았다. 맞지 않더라도, 영광에 가득 찬 당당한 신의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파스칼의 입장은 아니었다. 신을 믿으면서, 시대와 더불어 살고, 시대의 내부로 깊이 파고들어 신의 이미지를 뽑아내려는 것이 파스칼의 입장이었다. 그 입장에 설 때, 신은 얼마나 어색해 보이든 간에 ‘부분적으로 숨어 있고 부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신이어야 했다. 파스칼과 시대의 어찌할 도리없는 관계에서 탄생한 것, 그것이 ‘숨어 있는 신’이었다. (162쪽)

심연은 바닥을 알 수 없다. 심연을 들여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꿈틀대고 있다. 시선을 집중하면 보이는 것은 문자 그대로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서 보들레르는 ‘새로운 것’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아름다움을 언어로 정착시키려 한다. 그런 시도의 흔적이 곧 『악의 꽃』이다. (…) 시인은 파리의 길모퉁이에 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허름한 집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것일까. 아무튼 눈앞의 정경이나 뇌리에 떠오른 이미지를 신중하고 선명하게 언어로 묘사하려고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귀한지 비천한지, 선인지 악인지, 그런 것은 묻지 않는다. 언어와 의미와 이미지가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 그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전부라고 말하기에는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들레르는 그 모호한 아름다움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름다움에 확고한 객관적 기준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아름다움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 바로 새로운 기준을 모색하는 작업이 되는, 그런 자리에서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썼다. (207~208쪽)

눈이, 몸이, ‘마음의 창’이라 말하는 것은 서양사상사의 흐름을 애써 노려본 발언이다.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은 오랫동안 서양사상사의 기축을 이뤄왔다. 몸 안에 정신이 있다. 세속에 물들기 쉽고, 욕망과 감정에 사로잡히기 쉬운 육체에 비해, 그 안에 있는 정신이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고귀한 것, 순수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고대 그리스 이래로 서양사상사의 토대를 이루는 사고방식이었다. 몸에 집착하는 메를로퐁티의 철학은 그 자체로 서양사상사에 대해 근본적 이의를 제기하는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인 철학의 말이 육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주장하는 사상으로 명석함을 획득했다면, 몸에 집착하는 메를로퐁티는 표현에 모호함이 따라붙는 것을 사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메를로퐁티에게는 모호함에 꺾이지 않고 사색을 거듭하는 것이 철학하는 것이었고, 그는 그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236쪽)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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