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슈마엘(《백경》의 첫 문장으로 유명함-옮긴이). 그래, 무슨 생각을 할지 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게 진짜 내 이름이다. 이슈마엘 호라시오 왕. 우리 부모님은 안타까운 유머 감각을 지녔다. 두 분이 내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아셨더라면 다른 이름을 골랐을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헨리 데이나(19세기의 탐험가-옮긴이)라든가 말이다. 두 분이 정확히 왜 이슈마엘 호라시오라는 이름을 골랐는지에 대한 길고도 썩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는 엄마가 고전문학 교수였다는 데에서 시작하여 나에게 이 불합리한 이름을 부여하는 결말을 맺었다. ---「1장」중에서
“전공도 없고 겨우 열여덟 살이잖아. ‘규약’을 제공할 수야 있지만, 당장 우리에겐 반의반 명 몫으로 빈자리가 없어.”
나는 오루크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하기만 했다. 그렇게 심장이 여섯 번은 뛰고 나서야 오루크는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천천히 설명했다. “네가 계약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긴 하지만, 일자리를 얻으려면 기꺼이 널 고용할… 그래서 너에게 자리를 내어줄 배가 있어야 해. 너 정도 기술 수준이면 초보자급인데, 이걸 우린 반의반 명 몫이라고 부르고, 지금은 기록상 그런 자리를 열어둔 배가 없다는 소리야.” ---「1장」중에서
나는 몇 분이 지나서야 실제로 앞쪽이 내다보이는 현창들이 있으며 그 창문들로 궤도 밖으로 코를 내민 우주선을 볼 수 있음을 인지했다. 물론 정거장의 사진이야 전에도 보았고, 셔틀이 접근할 때 지켜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 있어본 적은 없었다.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였다. 표면 마감에 난 티와 흠집, 궤도면에 반사되는 눈부신 빛을 막아주는 편광 필터 같은 것까지 볼 수 있었다. 뒤쪽에도 현창이 있음을 깨닫고 천천히 몸을 돌린 나는 그쪽 창문들로 별들이 반짝이는 심우주를 향해 뻗어나간 로이스 맥켄드릭 호의 나머지 선체를 보았다.
레비아탄이라는 말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3장」중에서
“얘야, 이슈마엘, 모든 게 여행이란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어디든 간에 종착지에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니까, 여행 자체를 즐기는 편이 좋아. 인생에 대한 우화로 마음에 드는 표현이지.” ---「6장」중에서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심우주에 나와 있는 게 훨씬 낫지. 행성에 살면 크레딧을 소모할 뿐이야. 우주선에 자리가 있는 한, 난 돈을 벌어. 그러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승선 시간을 최대화할 능력이고, 그건 나에게 새 일자리가 필요해질 경우 바로 공석으로 나온 어떤 자리든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대부분의 공석은 한 명 몫이고, 그중 많은 자리가 전문직이지만,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책은 모든 분야에서 등급을 따는 거야.” ---「7장」중에서
모든 항성계에는 행성들이 생명을 지속시킬 수 있는 한계 영역이 있다. 이 거주가능 구역은 제1항성 주위를 둘러싼 구형의 껍질 형태로 존재한다. 그 위치는 항성의 크기와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그 영역은 보통 점프 드라이브가 구동할 수 없는 중력 우물에 잠겨 있다. 보통 궤도정거장은 거주 가능한 행성 주위 정지 궤도를 돌고, 이는 그곳에서부터 점프 지점까지 항행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20일에서 30일까지도 드물지 않았다.
마거리가 예외인 것은, 그곳에는 거주가능 영역 안에 적합한 행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마거리 정거장은 항성 주위를 돌기에 항성계 가장자리에 위치했다. 대부분의 인구는 두 개의 거대한 가스 행성 중 하나의 궤도 바로 바깥에 위치한 소행성대에 살았고, 정거장은 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배치되었다. 우리는 마거리 정거장에 가기 위해 중력우물 안까지 기어들어갈 필요가 없었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19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