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시작되는 머리를 첫머리, 들어가는 첫머리를 들머리, 처음 시작되는 판을 첫머리판이라고 한다. 어떤 일의 첫머리를 뜻하는 첫단추, 맨 처음 기회를 뜻하는 첫고등, 맨 처음 국면을 뜻하는 첫밗 같은 말들도 모두 일의 시작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일을 할 대강의 순서나 배치를 잡아 보는 일, 즉 설계를 하는 일은 얽이라고 하는데, 동사로는 ‘얽이친다’고 한다. 얽이에 따라 필요한 사물을 이리저리 변통하여 갖추거나 준비하는 일은 마련이나 장만, 채비라고 한다. 앞으로의 일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은 ‘징거둔다’, 여러 가지를 모아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은 ‘엉군다’, 안 될 일이라도 되도록 마련하는 것은 ‘썰레놓는다’고 말한다. 진행되는 일이 잘못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는 일이 잡도리인데, 설잡도리는 어설픈 잡도리, 늦잡도리는 뒤늦은 잡도리다. 아랫사람을 엄하게 다루다가 조금 자유롭게 늦추는 일을 ‘늑줄준다’고 하고, 늑줄을 주었던 것을 바싹 잡아 죄는 일은 다잡이라고 한다. 감장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 힘으로 꾸려 가는 것이고, 두손매무리는 일을 함부로 거칠게 하는 것, 주먹치기는 일을 계획 없이 그때그때 되는 대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남의 일을 짓궂게 훼방하는 짓은 헤살이라고 하고, 돼 가는 일의 중간에 방해가 생긴 것은 ‘하리들었다’고 한다. 일이 돼 가는 형편을 매개라고 하는데, 매개가 제법 좋은 것은 ‘어숭그러하다’, 매개가 안 좋아 일을 중도에서 그만두거나 포기한 것은 ‘반둥건둥했다’, ‘중동무이했다’, 일을 망쳐 버린 것은 ‘털썩이잡았다’, ‘허방쳤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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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는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바람벽의 위쪽에 낸 작은 창을 뜻하는 말인데,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와 같이 음식이나 옷을 대어 주거나 일을 돌봐 주는 일도 바라지라고 한다. 바라지를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따뜻함과 위안을 주는 것이 바라지인 것이다. 뒤에서 하는 바라지는 뒷바라지다. 바라지와 비슷한 말로는 치다꺼리가 있는데, 입치다꺼리는 먹는 일을 뒷바라지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바지는 공헌(貢獻)과 같은 뜻으로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물건을 갖춰 바라지하거나 음식 같은 것을 정성 들여 보내 주는 일, 또 그렇게 보내는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이바지는 ‘이받다’에서 비롯된 말인데, ‘이받다’는 이바지하다, 바라지하다, 잔치하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래서 전에는 잔치를 이바디, 대접할 음식을 이바돔이라고 했던 것이다. 뒷바라지가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병자들일 것이다. 옆에서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해 주는 일을 수발이나 시중이라고 하는데, 병자에게 시중이나 수발을 드는 일을 병시중, 병수발 또는 병구완이라고 한다. 구완은 구원(救援)에서 나온 말이다. 병구완을 뜻하는 말에는 고수련이라는 예쁜 말도 있다. 겨드랑이를 붙들어 걸음을 돕는 일은 곁부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일이 어떻게 늘 즐겁기만 한 일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뒷바라지 일을 뜻하는 진구덥, 귀찮고 괴로운 남의 뒤치다꺼리를 가리키는 구듭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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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아치는 재주가 많은 사람, 슬기주머니는 유달리 재능이나 지혜가 뛰어난 사람, 대갈마치는 세파를 겪어 아주 야무진 사람, 모도리나 차돌도 조금도 빈틈이 없이 야무진 사람을 뜻한다. 성질이 야무지고 독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감당해 내는 사람은 벼락대신으로 부른다. 꾀가 많은 사람을 꾀보라고 하는데, 비슷한 말로는 꾀쟁이?꾀자기?꾀퉁이 같은 것들이 있다. 윤똑똑이는 저만 잘나고 영리한 체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보통내기나 여간내기?예사내기는 그냥은 쓰이지 않고 반드시 뒤에 ‘아니다’라는 말이 덧붙어 보통이나 여간 또는 예사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게 되는 말들이다. 가르친사위는 독창성이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꼭두각시나 망석중이와 비슷한 말이다. 데림추나 어림쟁이, 코푸렁이도 주견이 없이 남에게 딸려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말들인데, 코푸렁이는 코를 풀어 놓은 것과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무지러지거나 헐어서 못 쓰게 된 물건을 무지렁이라고 하는데, 어리석고 무식한 사람도 무지렁이라고 한다. 짐승의 맨 먼저 나온 새끼를 뜻하는 무녀리는 언행이 좀 모자라는 사람을 가리키고, 전기 절연체로 쓰이는 사기로 만든 통이나 돼지감자를 뜻하는 뚱딴지는 우둔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가리킨다. 못나서 아무데도 쓸모없는 사람은 똥주머니, 순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쑥, 아는 것이 없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은 깡통이라고 한다. 궁도련님은 호강스럽게 자라 세상일을 잘 모르는 사람, 책상물림이나 글뒤주는 글공부만 하여 세상에 대한 산지식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아는 것이 없고 똑똑하지 못한 사람은 바사기, 어리석고 고집 센 시골 사람은 시골고라리 또는 줄여서 고라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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