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인 신디 메스톤(Cindy Meston)과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17세부터 42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이유로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정이 일어나서’, ‘내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호르몬이 넘쳐서’라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들도 있었지만 아주 많은 다른 답변도 있었다. 누구는 ‘월급 인상을 원해서’라는 사람도 있었고 ‘심심해서’ 또는 ‘결혼하니까 당연한 거지’라거나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서’, ‘나를 벌주기 위해서’ 또는 ‘신(神)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 pp.23~24
몇몇 생물학자들의 추론에 의하면 페니스는 정액을 제 자리에 분사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라이벌을 제치는 목적도 가진다. 몇몇 곤충의 페니스를 보면 마치 무기를 보는 듯하다. 길고 날씬한 몸매의 잠자리는 꼬리가 흡사 중세시대의 고문 기구처럼 생겼다. 갈고리, 삽, 집게 등 이 모든 것들 이 교미 중에 다른 연적이 남기고 간 정액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페니스의 귀두도 다른 정액을 밀어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정액 전쟁에 출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을 제압하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 p.63
암컷들은 ‘가정의 행복’ 전략과 ‘남자와의 기쁨’ 전략 사이의 타협을 선택하는 것 같다. 가정에는 든든한 파트너, 밖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의 제공으로 더 강한 후손을 보장해주는 슈퍼맨이 있다. 수컷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을 가지고도 가끔 한눈을 판다. 일부일처제 동물류도 죽을 때까지 결혼 서약을 지키는 예는 드물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유전적 일부일처제를 구분한다. --- p.90
부부의 머리나 눈 색깔은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나의 파트너와, 나와 성이 다른 부모의 머리와 눈 색깔의 상관관계는 더 높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나의 아버지가 푸른 눈을 가지고 있으면 내 미래의 남편도 푸른 눈일 가능성이 높다. 파트너의 나이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부모가 상대적으로 늙은 편이면(내가 태어났을 때 30대 이상이었다면) 내 파트너도 역시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 p.133
생물학적으로 볼 때 성 흥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죽, 발, 피, 방귀 같은 것에 흥분을 느끼는 것은 후손 번식 기회나 진화 단계 면에서 볼 때 전혀 관계가 없지 않나? 여자들은 넓은 가슴과 곰을 사냥할 만한 팔뚝을 가진 남자를 보면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남자들은 풍선 같은 가슴과 출산이 수월할 것 같은 큰 골반을 보면 흥분을 느낀다. 전형적인 진화론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