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가장 유명한 악성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나라는 짐바브웨다. 2008년 7월 짐바브웨는 액면가 1,000억 원짜리 지폐를 발행했다. 정부 발표로는 인플레이션율이 2,200,000퍼센트에 달했다. 시작은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가 초래한 수출입 무역의 감소였다. 그 후 정부는 이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폐를 남발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과 상품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많은 상점이 폐업했고 실업률이 상승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화폐 공급을 늘렸고, 결국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했다. 더 참혹한 것은 얼마 후 이 기록이 깨졌다는 것이다. 2008년 11월 짐바브웨 월 인플레이션율이 79,600,000,000퍼센트에 달해 1946년 헝가리에 이어 세계 경제사를 통틀어 2위를 기록했다. 10년 동안 악성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짐바브웨는 2009년 마침내 자국화폐를 포기하고 달러를 선택했다. 그러자 경제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제2장, [고대 로마 제국과 현대 정부, 악성 인플레이션에 무너지다], p. 45
유럽에서부터 흘러나온 금융음모론은 유대상인과 금융가를 정조준했다. 그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유명한 유대인 금융 가문인 로스차일드에 관한 이야기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로마 교황을 용의주도하게 보좌했고, 정치에 입문할 측근을 키워 오랜 시간 교황청의 재정과 정부의 금고를 주물렀다고 한다. 특히 유럽전쟁 중 그들은 다섯 개 유럽국가에 지점을 세워 돈줄과 국제적 차관을 관리했고, 심지어 나폴레옹 전쟁 당시에는 정보를 장악해 거액의 이윤을 챙겨 국가에 견줄 만한 부를 축적했다는 이야기다. 월가 음모에 관한 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최초 유포자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세기 초 독일 나치의 출판물로 유대자산 몰수를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이 목적이었다.
- 제8장, [유대인과 금융음모론], p. 101~102
중국은 불과 피로 얼룩진 약탈과 억압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근대의 철도, 교량, 도로, 전기, 방직, 시멘트, 광산, 철강, 제조, 도시 건설 등 하드웨어와 우정, 교육, 법률, 재무등 소프트웨어 심지어 과학, 민주, 자유, 혁명, 공산주의 등의 이데올로기 같은 근대문명의 각종 요소들의 형성과 전개는 모두 초기 중국에 진출한 수천 개의 양행과 수백 개의 외국계 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행과 외국계 은행이 과거에 행했던 약탈과 착취 때문에 중국 현대화의 계몽과 발전에 미친 영향을 계속 부정해서는 안 된다.
-제15장, [근대 중국 금융 분야에서 외국계 은행의 공과 실], p. 177
중국 금융박물관에는 1911년 5월 20일 발행된 채권 한 장이 잘 보존되어 있다. 시가 20파운드의 연이율 5퍼센트에 95퍼센트를 실제 지불하고 만기는 40년인 채권이다. 역사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 채권은 금융과 신해혁명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이 채권이 2000여 년의 봉건제를 종식시킨 신해혁명 발발에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만일 지금 우리가 중국의 제도 변화나 사회변천을 연구할 때 금융을 무가치하거나 악마 같은 존재로 치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21장, [채권 한 장이 신핵혁명을 유발하다], p. 237,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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