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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휘어진 기억
중고도서

오래 휘어진 기억

김만수 | 실천문학사 | 2001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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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05g | 126*207*20mm
ISBN13 9788939221338
ISBN10 893922133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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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만수
1955년 경북 포항 출생. 1987년 실천문학에 「소리내기」외 4편 발표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소리내기』『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송정리의 봄』이 있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포항문학 회원, '푸른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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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비치는 초롱이 방 유리컵 위에 앉은 양파. 세포가 다 비치는 둥근 숨소리를 들여다보다가, 바닥까지 부풀어 오른 알집 그 수태를 보다가 낡은 책꽂이 무릎도리 우유봉지에 어머니 놋숟가락으로 긁어내시던 고구마 하나 올려놓은 것은, 하얀 발목들을 접으며 올라오는 순붉은 생식을 보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퍼석퍼석 몸을 비우며 자기를 뚫고 오르는 힘이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한 줄기에 닿아 이루는 엄격한 사랑을 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몸속으로 흘러드는 물이 새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깊은 잠 속으로 뻗은 뿌리들을 가만히 흔들어보았습니다. 몇 봉지 링거가 투명한 선을 대고 밤새 흘러들었습니다. 어머니의 껍질 그 낡은 몸에서 붉은 새순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당신의 빈 젖 다 훑어먹은 나도 언젠가 삐닥하게 삐닥하게 누군가의 유리컵 위에 올려지겠지요. 내 썩은 내장과 괄괄한 식초 같은 물이 흐르는 몸퉁 어느 구식에서 고구마 싹 몇 촉 나올까요 오종종한 새순 하나 피어오를까요 어머니.
--- pp.48~49
주례를 서다

몇 사람이 웃는다

새벽 들길 따라온 새내기들
들풀 내음
이슬 냄새 맑다

초록 물살 열어젖히는
아침으로 살아가라고
그들 뒤에 잠시 서서
우습게도 같이 웃으며
세상 향해 절하라고
들꽃 들춰보는 눈빛도
흙 묻은 손으로 돌아오는 그런
겸허한 저녁도 마련해 가라고
그게 우리 희망이라고
든든한 사랑이라고
몇 마디 주례사 얹어준다

몇 사람이 웃는다
몇 사람 곁
수많은 촛불들 꼬리 흔들며
같이 웃는다.
--- p.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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