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엄마, 그리고 오빠들! 저도 2개월 안에 결혼하고 싶어요.”
가족들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맞춘 세비가 한 음절, 한 음절 또박또박 말했다.
“하…… 어이가 없어서…….”
“이 녀석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세비야, 결혼은 그렇게 서둘러서 하는 게 아니야…….”
세비 할아버지와 오빠들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씩 했지만, 어머니는 말없이 섭섭한 표정만 지었다.
“제가 세준 씨랑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그래요.”
세비는 세준을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가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가 뭐였건 간에 그녀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한시도 떨어져 있는 일 없이 늘 함께이고 싶었다.
“주변 시끄러운 거야, 결혼 발표하면 가라앉는다고 하지 않더냐. 그러니 우선 발표만 하고 좀 더 시일을 두자꾸나.”
“그래, 결혼 발표는 사태 수습을 위해 하는 거고. 우선 약혼식부터 하자.”
“그럼, 약혼이 먼저지!”
세비 할아버지가 달래듯 말을 꺼내자, 오빠들이 쌍수 들고 맞장구를 쳤다.
“네 오빠들 말대로 우선 약혼부터 하고, 결혼은 천천히 하는 거로 하자.”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점점 결혼하고는 멀어지는 것만 같아 세비는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결혼해야 할 이유가 있어요!”
“이유? 무슨 이유?”
“아, 사랑한다는 이유?”
얼결에 던진 말이긴 했지만, 가족들 코웃음에 세비는 발끈 성이 났다.
“저, 임신했어요!”
“…….”
“…….”
불시에 투하된 폭탄 같은 말은 가족들은 물론, 세준까지도 할 말을 잃게 했다.
“……얘, 아가. 나도 이젠 진짜 나이를 먹나 보다. 어째 귀가 예전 같지가 않아.”
세비 할아버지가 숨 막힐 듯한 정적을 깨뜨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째 저도 예전 같지가 않네요.”
“예끼, 이놈! 장가도 안 간 녀석, 귀가 벌써 그러면 어디 자손이나 제대로 보겠느냐?”
세비 할아버지와 세진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적거리며 현실 도피를 했다.
“엄마, 저 임신했어요. 그래서 배불러 오기 전에 드레스 입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