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더 어리군. 설마 미성년자는 아니지?”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세비의 위아래를 찬찬히 훑어보던 세준의 첫마디에 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저놈은 뇌와 입 사이에 존재해야 할 필터가 없어.’ “야, 인마!” 태준이 세준의 팔을 잡아끌듯 만류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네?” 화면과 지면상으로만 봤던 이상형의 남자가 눈앞에 있다는 꿈같은 현실에 멍해 있던 세비는 그의 첫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미각은 뛰어난 편인데 청각은 안 좋은 모양이군. 미성년자 아니냐고 물었잖아.” 세준의 인상이 사나워졌다. 키는 땅에 붙은 듯 작은 데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뿔테 안경을 쓴 여자의 모습은 미성년자로밖에 안 보였다. 그는 미성년자를 무척 싫어하는 편이었다. 극성팬들의 대다수가 미성년자였고, 그들은 매 순간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종족이었다. ‘뭐, 뭐 이런 개념 없는 인간이 다 있지? 아무리 내가 미성년자라고 해도 초면부터 반말이라니! 미성년자는 인격도 뭐도 없단 거냐?’ 세비는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아니거든요. 스물네 살, 엄연한 성인이거든요. 그리고 설령 제가 미성년이라고 해도 초면부터 반말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세비는 자신에 비해 모든 게 압도적으로 큰 세준에게 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바짝 치켜세운 채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