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알코올 의존성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홍수 전에는 산꼭대기에서 백여 년 가까이 배를 건조했다. 이러한 상식 밖으로 보이는 고된 노동을 하며 사람들의 놀림과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홍수 때에는 부모와 친지, 친구들을 모두 물에 떠내려 보내야 했다. 홍수 후에는 비가 휩쓸고 간 황망한 대지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끝 모를 막막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허망함과 좌절감을 술로 잠시나마 잊어보려 했을 법하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알코올 중독은 술에 의존하게 된 과거의 사연이나 혹,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적 문제, 마음의 치료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면서 각종 중독에 노출되고 있다. 알코올 중독부터 니코틴 중독, 카페인 중독, 약물 중독, 설탕 중독, 야식 중독에서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독 증상은 자극에 노출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뇌의 충동조절 중추신경에 이상이 와서 오게 된다. 이때, 신경 전달물질이 과해지기도 하고 부족해지기도 하여 행동 장애가 발생하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 중독 증세들 중에 알코올의 해악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다.
알코올은 몸속에서 분해되며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뇌 신경을 손상해 알코올성 치매를 가져오는데,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일종의 단기 기억상실을 일으킨다. 또한, 급성 췌장염을 거쳐 만성 췌장염,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진전(신체말단 떨림증상), 알코올성 케톤산증 등은 물론 각종 암을 유발한다. 그리고 술로 인해 여러 사건, 사고에 휘
말리기 쉽다.
술 ‘주(酒)’자는 물과 닭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로, 닭(酉)이 물(水)을 마시듯 하는 것이 술이라는 뜻이다. 그렇듯 한 모금 머금고 쪼르륵 조금씩 넘겨야 하는 것이 술임에도, 술을 들어붓듯이 마시면 취할 ‘취(醉)’가 된다. 그 닭(酉)은 졸(卒)이 된다는 의미로, 병사 ‘졸’ 마칠 ‘졸’이다. 인생 졸로 살다가 끝 마칠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알코올의 과도하고 빈번한 자극은 뇌의 컨트롤 타워인 중추신경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후엔 술을 줄이거나 끊고자 하는 것도 내 의지의 문제를 넘어서게 되고, 치료를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한의학에서, 알콜 의존증은 각 장부가 습열과 담탁(더럽고 탁한 부산물)에 상하고, 주독(酒毒)이 혈맥을 침범하여 심신(心神)을 교란하는 것이라고 보고, 그 치료로는…
--- p.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