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뭔 일이야!” 그러나 잠에서 깨어난 그는 곧바로 보통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를 잠에서 깨어나게 한 소리는 다름 아닌 대포 소리였으며, 한두 발도 아니고 무수히 많은 소리가 연이어 들렸기 때문이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계속해서 그의 몸에 전달됐다. 분명 전투가 일어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오장경과 압록강 사이에는 작은 야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산 너머로 밤하늘이 번쩍이는 것으로 보아 강변에 있는 군사들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장군! 일어나셨습니까?” 그의 수석막료인 장건이 다가오면서 묻는다. 그의 얼굴도 상기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찌 된 일인가?” “저도 아직까지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조선군이 기습을 했다는 사실뿐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 전령이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조선 놈들이 위화도에 대포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곳도 안전한 곳이 못 됩니다. 그러니 속히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합니다.” 장건은 일시 후퇴를 건의했다. 그만큼 현재 조선군의 포격은 사람을 질리게 할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포를 쏘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것인가?” “자세한 것은 모르나 정찰병의 보고에 의하면 아군 쪽 진지에서는 대포 사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합니다. 아무래도 조선 놈들의 대포에 당했을 공산이 큽니다. 아무튼 지금 이 자리는 위험하니 일단 뒤로 물러나야 하며, 날이 밝아지면 사태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장건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권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공격을 받고 있지 않아서인지 오장경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다른 군영들 소식은?” “정찰병의 보고로는 지금 조선군과 맞서 싸우는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모두 도망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장군께 뒤로 물러설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장건은 거듭해서 후퇴를 주장한다. “잠시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며, 대오를 정비해서 조선군을 격멸한다면 장군께 허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봉천의 군사들을 비롯해서 다른 성에서 온 군사들도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니 우리 경군이 후퇴했다고 해서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한 멀리 물러나지도 않습니다. 일단 저 산 하나만 넘으면 안전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겨우 산 하나입니다, 장군!” 회군은 단위 부대별로 여러 이름으로 다시 나뉘는데 경군은 오장경이 이끄는 군사들을 일컫는다. 오장경은 장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예전에 지인의 수하로 있던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지인에게 사정사정해서 자신의 막료로 삼을 수 있었는데, 그 뒤 장건은 역시나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3년 동안 큰 힘이 되어 왔다. “알겠네. 자네의 말을 따르지. 그리고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부장급 이상의 장수들을 불러들이게.” “예, 장군! 명을 따릅니다.”
갑자기 과거로 환생하게 된 주인공 명복은 자신이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것도 평민이 아닌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조선의 임금인 고종으로 환생했다는 놀라운 사실 앞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시의 조선은 약소국이자 침략자의 탈을 쓴 외세가 호시탐탐 노리는 먹잇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명복의 필사적인 노력. 원 역사에서처럼 힘없고 초라한 조선이 아닌 그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명복의 치밀한 계획들이 드디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