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진정하십시오.” 책상에 앉아 신문을 보던 신임 러시아 공사인 라디젠스키(N. F. Ladyzhenskii)는 책상을 내리치더니, 부하 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를 못 참겠는지 보던 신문을 내던졌다. “자네는 이 기사 내용을 어떻게 보나?” 하지만 어느새 감정을 다스렸는지 목소리가 차분했다. “우선 그 신문이 한성일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신문의 최대 주주는 황족이자 황제의 친형인 이재면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놈들이 아국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이것이 대한 황제의 뜻인가 하는 점일세.” “그것까지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만, 황제의 뜻과 정반대의 주장이라면 기사가 게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황제의 의중과 크게 차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럴 것이야. 어느 정도 비슷한 뜻이라도 보였으니까 이렇게 나설 수도 있는 거겠지.” 그때 누군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대화를 중단해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공사님.” 찾아온 사람은 외무부 차관인 어윤중이었다. “차관께서는 안녕하실지 몰라도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러시아 공사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불쾌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화에서 선수를 잡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어윤중도 잘 알고 있다. “허허! 이거 내가 시일을 잘못 잡았나 봅니다.” “아닙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렇게 차관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제가 외무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니까요.” 러시아 공사 라디젠스키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암시를 주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그는 원 역사라면 청국 공사로 근무했을 사람이지만, 지금은 역사가 바뀌어 대한이 동북아 최대 실세로 떠오른 덕분에 한성부에 주재하고 있다. “어차피 서로가 상황을 다 알고 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본관은 한성일보의 기사에 대해서 귀국의 공식적인 대답을 원합니다.” 라디젠스키는 어윤중에게 이번 기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어윤중은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마침 잘됐군요. 아국도 그 문제에 대해서 이제는 해결할 시점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문제와 관련해서 몇 가지 알고자 공사관을 방문한 것이고도 하고요.” “알고자 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시는 것입니까?” “지금 화태도에 주둔 중인 귀국의 병력 규모와 주둔지에 관해서 알고자 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그런 군사 정보를 왜 요구하시는 것입니까? 또한 그런 정보를 타국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차관께서 그런 요구를 하시다니 상당히 당혹스럽군요.” 라디젠스키는 어윤중이 신문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요량으로 그의 말을 먼저 들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윤중이 러시아의 군사 정보를 요구하는 상식 밖의 질문을 던졌기 때문인지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 물론 그렇게 생각되실 수도 있습니다만 화태도의 주둔지와 군사수를 알고자 함은 귀국을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군요. 아국 군사 정보를 알고자 함이 배려하는 것이라니요?”
갑자기 과거로 환생하게 된 주인공 명복은 자신이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것도 평민이 아닌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조선의 임금인 고종으로 환생했다는 놀라운 사실 앞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시의 조선은 약소국이자 침략자의 탈을 쓴 외세가 호시탐탐 노리는 먹잇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명복의 필사적인 노력. 원 역사에서처럼 힘없고 초라한 조선이 아닌 그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명복의 치밀한 계획들이 드디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