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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도 : 베토벤, 패르트, 코리글리아노 - 엘렌 그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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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도 : 베토벤, 패르트, 코리글리아노 - 엘렌 그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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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2004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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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1
  • 01 Corigliano : Fantasia on an Ostinato for Solo Piano

  • 02 Beethoven : Piano Sonata No.17 in D minor Op.31 No,2 'Tempest'

  • 03 Beethoven : Choral Fantasy Op.80

  • 04 Arvo Part : 'Credo' for Piano, mixed choir and Orchestra

아티스트 소개 (4명)

아티스트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John Corigliano (*1938)
Ludwign van Beethoven 1770-1827
Arvo Part (*1935)

piano : Helene Grimaud
Swedish Radio Choir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 Esa-Pekka Salonen

Stereo DDD ⓟ 2003 DG
엘렌 그뤼모
엘렌 그리모는 액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나 이 곳 음악원에서 음악 공부를 시작했고 가까운 마르세이유로 가 피에르 바르비제를 사사했다. 13살 때에 파리 음악원 입학허가를 받아 자끄 루비에에게 배웠고 마르세이유의 바르비제로부터도 계속 가름침을 받았다. 1987년 레온 플라이셔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것은 그녀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1월에 깐느의 미뎀(매년 깐느에서 열리는 세계 음악산업제. 음반, 방송, 출판등 음악산업 전분야에 걸친 다양한 종사자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 사업을 기획하기도 한다.)에서 연주했고 2월에는 첫 파리 리사이틀을 연다. 일주일 후, 바렌보임의 초청으로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스트 E플랫 장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로부터 그녀는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협연을 펼친다. 유럽, 북미, 일본의 일급 연주회장의 무대를 차례차례로 밟아 나가는데, 특별히 기돈 클레머가 주최하는 록켄하우스 페스티벌에는 정기적으로 출연하여 크레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과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데뷔는 1990년에 이루어졌고 1991년에는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 리사이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995년에는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최근의 연주회를 살펴 보자면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벨 G장조 협주곡을, 프레빈이 지휘하는 피츠버그 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했고, 런던 BBC 프롬나드에서는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섰다. 2002/03시즌의 하이라이트는 아르보 패르트의 라멘타테를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초연한 것과 함께 아쉬케나지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공연한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일본 순회 공연, 샤이가 지휘하는 주제페 베르디 밀라노 신포니카 오케스트라와 펼쳤던 일련의 공연, 도흐나니 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협연, 정명훈 지휘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네메 예르비 지휘의 디트로이트 심포니 협연, 페터 외트뵈스 지휘의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협연 등을 들 수 있다.
2002년 엘렌 그리모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이 음반은 전통의 노란 레이블로 발표하는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이다.

전문가 리뷰 전문가 리뷰 보이기/감추기

마이클 처치
존 코릴리아노(1938): "독주 피아노를 위한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
무조주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음악의 길을 열고자 하는 미국 작곡가중 한 사람, 코릴리아노는 그만의 독자적이고도 빛나는 역정을 걸어 왔다. 1985년에 쓴 이 작품 이래로 그의 목표는 "미니멀리즘의 매력적인 요소를 설득력 있는 구조와 감동적인 표현으로 결합하는 것"이었다. 이 환상곡의 기반을 이루는 것은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의 유명한 주제이다. 코릴리아노는 이 주제에 반복적인 리듬 동기와 화성 양식을 적용해 그의 목표와 어울리는 작품을 완성해 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피아노 소나타 17번 D단조, 작품번호 31-2, "폭풍우(템페스트)"
작곡가 자신이 이 작품에 "폭풍우"라 이름 붙인 것은 아니다 - 전기 작가 쉴러는 베토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음으로써 이 작품의 온전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음을 전한다 - 하지만 음울한 도입부를 깨뜨리고 솟아나는 첫 번째 주제에 귀 기울인다면 이 작품이 분명 폭풍우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입부의 선율들은 마치 거친 대지 위에서 어둡고도 고달픈 여정을 마치며 던지는 질문과 같고 폭풍우의 부분은 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는 듯 하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귀가 점점 멀어가던 시절, 거의 자살 직전까지 이르렀던 처절한 절망감의 시절이었던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의 마을에서 작곡한 세 개의 소나타중 하나이다. 이 시절의 그와 그의 음악은 가장 영웅적이다. 응집된 힘으로 최고의 걸작을 생산했던 이 시절의 작품들은 후손에게 남길 (대신 동시대인에게는 감추고 싶어 했던) 그의 고뇌와 애통함을 담은 "하일리겐슈타트 복음서"라 할 만하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C단조, 작품번호 80, "코랄 환상곡"
첫 3분 여간 파괴적인 힘으로 토해내는 피아노의 음향은 마치 이 곡이 독주곡인 것처럼 들리게 한다. 이 독주가 지나고 나면 잠시 동안 저음 현악부와의 대화가 흐르고 목관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뒤늦게 떠오른 생각처럼 사람의 목소리가 가세한다. 물론 이 작품은 환상곡이다. 연주자 각자에게 전달된 악보에 채 마르지 않은 잉크가 남아 있을 정도로 빠르게 쓰여진. 피아노가, 간단하지만 전 작품의 굳건한 근거를 이루는 주제를 들려 주고 나면 마치 베토벤이 살아 생전에 들려주었음 직한 즉흥연주 느낌의 대목이 듣는 이를 긴장하게 한다. 1808년에 베토벤은 거의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제안한 것은 그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4시간 짜리 음악회 프로그램이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연주회 때문에 쓰여지기는 했지만 작품의 완성도로 보자면 빈 공간이나 메꾸는 충전재와는 거리가 멀다. 이 곡은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어둠을 거두어 빛을 비추는, 그리고 9번 교향곡 마지막 주제의 전조를 비추는 작품으로, 그야말로 베토벤의 모든 천재성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아르보 패르트(1935): 피아노, 혼성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크레도"
1968년 작품, "크레도"는 작곡가 패르트가 초기의 12음 기보법에서 벗어나 오늘의 명성을 가져다 준 종교적 은총의 엄숙성을 지닌 음악세계로 발전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에 쓰여졌다. 하나의 음악체계가 다른 것으로 전복되는 와중이었지만 이 작품은 여전히 도발적이다. 하지만 "크레도" 초연 때의 그것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기독교 신앙을 시인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에스토니아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도발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대한 아르보 패르트의 얘기를 들어보자: "1960년대에 저는 기독교의 중심 사상인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깊이 빠져 있었고 바로 이 믿음이 "크레도"를 쓰게 했습니다. 이 작품은 대적하는 세계를 표상하는 두 개의 음악이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한 편에는 12음 기보법으로 쓰여진 음악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바흐의 프렐류드에 바탕을 둔 편곡이 서 있습니다. 작품의 전개 속에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리가 언뜻 보면 전혀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이것이 자라나면 철저히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 어떤 힘의 팽창은 마치 눈사태가 일어날 때의 모습처럼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스스로를 파괴하고야 만다는 그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핵 연쇄반응처럼 가차없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인간의 정의로 여겨지던 것이 결국에는 그 정반대가 되어 버리고 마는 법입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 예수의 이 말씀처럼 급진적이면서도 인간의 이해력으로 파악되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말은 없습니다. 이 말씀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무너 뜨립니다. 하지만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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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하지만 코릴리아노는 어떻게 된 것이죠? 매력적이기는 해도 제게는 과제(課題)곡처럼 들리는데요.
그리모: 맞습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지요. 하지만 저를 사로잡았던 것은 베토벤 7번 교향곡의 주제에 이어 나타나는, 제 손을 서로 교차하면서 연주해야 하는 극히 환상적인 부분의 도입부였습니다. 갑자기 이 작품은 패르트의 "크레도"처럼 신비한 것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과거의 작품을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작곡가가 변주한 또 하나의 예입니다. 동시에 모든 것은 하나라는 관념을 실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처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리모: 어렸을 때, 저는 정말 엄청나게 힘이 넘쳤습니다. 부모님은 이것이 그저 육체적인 힘의 과잉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실제로는 심적, 정서적인 힘의 과잉이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어린이들이 지나친 무질서에 빠져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의견에 반대합니다 - 저는 정말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부모님은 제가 힘을 쏟을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고 결국 제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은 끝 모를 심연처럼, 절대로 탐사를 끝 마칠 수 없는 깊이로 제게 나타났습니다.

처치: 산이 아니라 바다입니까? 참 독특한 비유군요.
그리모: 어렸을 때의 저를 생각하신다면 자연스럽게 여기실 수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잠 자기 위해서 저는 눈을 아주 꽉 감곤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알 수 없는 색의 솔기 같은 것을 보게 되고 끝없이 광대한 공간도 느끼게 됩니다. 제게는 이 순간들이 공허한 색과 타자(他者)들로 가득 찬 세계를 경험하는 시간이었고 저는 그 극한의 단계까지 가 보는 것은 즐겼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저는 마찬가지의 느낌을 갖게 됩니다.

처치: 늑대와의 교류는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그리모: 플로리다에서 제 인생 최초의 늑대를 만났습니다. 한 밤중에 친구의 개와 산보하는데 어떤 남자가 개과의 동물은 분명하지만 절대 개는 아닌 어떤 동물과 함께 있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동물은 매우 부끄러워했지만 분명히 제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달 뒤 저는 그 녀석과 다시 만났는데 이 때는 제게로 몸을 굴리더군요. 이 암컷 늑대가 풍기는 묘한 기운이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신비로운 느낌, 인간의 굴레에 갇혀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다른 영혼과 만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처치: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혹시 그 늑대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은 아닌지요?
그리모: 의식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웃음). 하지만 누가 압니까? 어떤 교감이나 감응이었을 수도 있죠. 어쨌거나 저는 그 늑대를 꾸준히 찾아갔고, 이렇게 함으로써 늑대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나를 완성하면 다른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 저와 음악의 관계가 바로 그러합니다. 열정으로 시작했던 것이 저항할 수 없는 책임감의 무게를 지닌 사명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처치: 늑대가 왜 그토록 중요합니까?
그리모: 늑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함축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유로 보다 광범위한 자연보호 노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늑대는 그가 처한 자연환경 속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들은 북반구 대부분의 생태계에 존재하는 종다양성을 조율하는 엔지니어입니다. 뭔가 바꾸어 보겠다고 노력하던 중에 뉴욕의 제 집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던 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늑대를 기르는 교육센터인데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늑대와 환경을 배우게 합니다. 교육은 장기간에 걸쳐 시행해야 할 자연보호 활동입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이 살아 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 또한 어린이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끝없이 광대한 이 작업이 완수되려면 다음 세대, 즉 어린이들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은 다가오는 세대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건강과 행복은 우리가 얼마나 이 지구에 충직한 집사가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처치: 마치 당신 자신의 공동체를 구성한 것처럼 들리는군요.
그리모: 저를 항상 따라 다니는 문제는 제가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 점입니다.

처치: 요즘에는 프랑스인으로서의 정체감을 어느 정도로 갖고 계신지요.
그리모: 저는 아직 프랑스 시민입니다만 제가 프랑스인으로 태어났다고 느낀 적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제 가족의 계보를 살펴 보면 아주 다양한 민족 - 이탈리아, 코르시카, 북부 아프리카 등이 결합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액상프로방스에 간다 해도 저는 집에 돌아온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에, 독일에 가거나 독일 음악과 함께 하면 늘 편안한 마음입니다.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내가 어디 출신이고 어디에 속해 있느냐 하는 고민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이제 어느 곳으로도 떠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 것은 제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처치: 일전에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이 음악적으로 유별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는데요.
그리모: 예, 그랬습니다. 파리 음악원에 다닐 때 종종 알프레드 코르토 전집을 교재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앨범들은 손가락과 페달 사용을 매우 엄격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저는 연주회장의 크기와 상황에 따라 타건의 방법이나 연주할 피아노를 바꾸었고 음향에 따라 페달의 사용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코르토 에디션은 연주의 난점을 추출하여 외과적인 처방을 내리고 개별 연주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이 처방을 방부 처리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이건 부조리한 일입니다. 장애물에 사로잡힌 말이 그걸 뛰어넘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음악이 던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 - 이 대목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가? - 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저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엘렌 그리모가 얘기하는 크레도 앨범과 그녀의 삶 - 마이클 처치와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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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연주와 관련된 부분을 떠나서 당신은 두 가지 점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한 가지는 음을 색깔로 느낄 수 있다는 소위 음색시각(音色視覺)이라는 비범한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늑대와의 특별한 관계인데요. 먼저 음색시각에 대해 얘기해 보죠. 어떻게 본인이 이런 능력의 보유자란 것을 알게 되었는지요?
그리모: 11살 때,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F샵 장조 프렐류드를 연습하던 중이었습니다. 뭔가 매우 밝고, 빨강과 주황의 중간색으로, 매우 따뜻하면서도 선명한 느낌의, 특정 형태를 띄지 않은 얼룩 같은 것, 말하자면, 레코딩 스튜디오 조정실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소리의 영상을 그 때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숫자도 색깔로 느낄 수 - 예를 들자면, 2는 노랑, 4는 빨강, 5는 녹색과 같은 식으로요 - 있었고 늘 음악이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환기시켜 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경험을 놀랍다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건 색깔 자체, 그 이상의 색채감이었습니다. 특정 작품들은 항상 특별한 색의 세계를 저에게 투영합니다. 어떨 때는 조성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예를 들자면, C단조는 검정, 그리고 제가 항상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D단조의 경우는 극적이고 톡 쏘는 느낌의 파랑과 같은 식이죠.

처치: 이 특별한 감각과 이번 앨범 수록곡을 연결해 설명해 주신다면?
그리모: "코랄 판타지"는 검정, 초록, 빨강, 노랑이 나선형으로 엮여 있습니다. "템페스트" 소나타는 검정과 파랑이 분명하고 코릴리아노의 환상곡은 전반적으로 붉은 색입니다. "크레도"는 검정과 녹색이 교차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처치: 좋습니다. 색상에 바탕을 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음악적인 원리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누구의 생각으로 이 앨범이 시작되었는지요?
그리모: 전적으로 제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연주 프로그램이 제 내부에 어떤 울림을 주지 않아서 연주회를 연기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별나 보이는 음반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믿어 주고 작업방식에 합의해 준 도이치 그라모폰의 결정에 기쁘고 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시인 노발리스가 이미 설파한 바의 독일 낭만주의의 정수인 보편주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처치: 수록곡은 어떻게 선정했습니까?
그리모: 묵직하게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입니다. 베토벤이 이 곡을 초연했을 때처럼 협주곡 4번 및 다른 몇 개의 곡들과 함께 "코랄 판타지"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연주를 의뢰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 못해 연습을 시작했는데 이후로 이 작품이 제 안에서 의미 있는 모습으로 자라나더니 이전에 제대로 이 곡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게 했고 전 혼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록 거칠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 정신, 프로메테우스의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반영하는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아주 쾌활했고, 초월적이었으며 또한 감동적이었습니다 - "코랄 판타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 연주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치: 그렇다면 다음 곡은요?
그리모: 어떤 작품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느냐 하는 질문이죠? 물론 베토벤 협주곡이 분명한 대안이었습니다만 확신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코랄 판타지"의 철학적 의미로서의 타자(他者)로 기능할 그 어떤 것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어떤 것이 떠오르기 전 까지 이 프로젝트를 잠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뭘 하다가 막히면 늘 이렇게 하죠. 결국 베를린에서 아르보 패르트를 만날 기회가 생겼고 저는 그의 작품 중에서 이 경우에 맞는 피아노 협주곡 작품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아르보는 악보를 꺼내 뒤지더니 "크레도"를 제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모든 훗날 음악들의 성스러운 배경이 되는 바흐 프렐류드에 근거해 그가 "크레도"를 썼다는 사실에 저는 바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악보에 '검은' 부분, 즉 연주가들의 즉흥연주를 허용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이거야 말로 일종의 자궁(子宮)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혼돈을 상징하지만 절대로 혼돈스럽게 연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텍스트를 관통하는 수학적인 양식, 어떤 틀을 가지고 연주에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처치: 당신의 연주는 이 작품에 예언적인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제게는 이 연주가 마치 당신의 관조적 능력으로 작품을 다시 작곡한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리모: 다시 작곡했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모호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고 싶었을 뿐입니다.

처치: 그건 뭘 의미하는 거죠?
그리모: 어떤 종류의 이데올로기, 국가 또는 종교에 맹목적으로 복종한다는 것은 악이며 궁극적으로 파괴적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코랄 판타지"를 함께 녹음하기로 한 것입니다.

처치: 그 다음으로는요?
그리모: 이 두 작품은 그들의 성결함으로 서로가 연결된다는 의미에서의 독일 낭만주의가 얘기하는 일자의 관념을 제게 제시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저는 "폭풍우(템페스트)" 소나타를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치: 왜요, 패르트와 마찬가지로 그 작품 또한 광폭함을 다스리기 때문입니까?
그리모: 제대로 보셨습니다. 부정적인 천성은 수용과 화해로부터 배태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음악이 만들어진 그 최초의 순간과 함께 하던 장치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과적으로 놀랍게도 현대적이기도 하고요.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벌써 여러 번 세계 여러 곳에서 엘렌과 연주한 적이 있지만 함께 녹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엘렌은 비범한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매우 중요한 아티스트입니다. 이 뜻 깊은 앨범에 참여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자
처절한 상황에 놓인 이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지 못하고, 상처 받은 마음에 위로를 주지 못하며, 비참한 현실을 도울 수 없는 음악이라면 과연 그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인과 음악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음악을 듣는 사람들, 떠오르는 별들, 기대하지 않았고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슬픔으로 가득찬 하늘 저 곳, 냉정한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으며, 친숙한 것들 사이에서 엉뚱한 소망을 품으며, 절망이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바다 속... 사랑은 그런 곳에 그런 모습으로 있다. 사랑은 주는 이나 받는 이의 마음, 또는 둘 사이 그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어떤 하나를 다른 하나와 교환한다. 음악 또한 이러한 교환이다. 음악인은 다만 그 시작을 담당할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마지막 작품, "폭풍우"에서 이러한 교환으로서의 사랑을 얘기한다. 프로스페로가 환생을 꿈 꾸며 세상에 작별을 고할 때 그는 자신의 "영혼"을 벗고 자유를 얻는다. 다가 올 사랑의 소망을 구체화하면서 불 같은 정염을 내 놓는 대신에 숙명적인 비극의 슬픔 뒤에도 살아 남을 온후함을 택한다(그렇다고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어둡고 슬픈 시작을 기쁨으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이 희곡과 베토벤 D단조 소나타를 연결하여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가 내민 손을 베토벤이 잡았듯이 코릴리아노는 베토벤의 손을 잡는다 - 그의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은 저 유명한 베토벤 7번 교향곡 알레그레토에 근거한다 - 이는 패르트의 작품이 바흐 프렐류드를 노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모든 곡들은 작열하는 뜨거움으로 하나가 된다. 작곡가는 이미 음악으로 모든 것을 얘기했다. 날씨를 인간의 감정에 빗댄다면 폭풍우는 열정에 해당한다. 영웅적이며 관조적이고 마음 속의 것을 온전히 드러내는 완벽한 절정 단계의 열정.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존재하는 초월적 정신과 어느 정도의 연관을 맺고 있다. 베토벤의 "폭풍우"에서 숨쉬고 있는 정신은 그의 "코랄 판타지"와 아르보 패르트의 "크레도"에도 깃들여 있다. "코랄 판타지"의 텍스트는 광명의 출현을 축하한다. 속죄의 신앙을 "크레도"가 노래하는 것 처럼. 하지만 보다 깊은 단계로 내려가면 이 작품들이 표현하는 것은 지상의 시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막 문지방을 넘어선 격이다 - 음악이야 말로 열쇠다. 모든 이들 속에는 분명하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를 나타내는 어떤 존재가 깃들여 있다. 각자는 이를 지각(知覺)하는 무게와 힘으로, 그 중심을 움직임으로써 변형과 갱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때 우리는 각자의 내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 저 곳의 영원한 것을 향해야 한다. 영원은 이렇게 하여 우리 삶에서 시작한다. 영원은 세상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일자를 설정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실재(처음에는 그것을 마음에 둠으로써 시작한다)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높은 단계의 사랑을 하는 것이 아마도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후회하는 태도보다는 미래를 창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러한 운동은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우주를 지향하며 모든 대립들이 화해에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접점을 응시한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이 음반에 잘 담았는지 모르겠다. 연주를 통해 가장 먼저 신경 썼던 것은 리듬의 결정이었다. 그 리듬은 - 이제는 알게 되었다 -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난 이래 내 몸 속에서 계속 뛰고 있는 맥박과 같은 것이다.
엘렌 그뤼모,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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