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숨을 내쉰 피루아는 손을 내밀었다. 피루아의 희고 가는 손가락이 사에갈 앞에 놓였다.
“내 이름은 라이트로 피루아라고 한단다. 널 데려가고 싶어 왔어.” “데려가고 싶다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피루아의 귓가에 들어찼다. 피루아의 눈이 깜빡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피루아의 손이 내팽개쳐졌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에서 나온 힘치고는 무척 강했다. 피루아는 멍하니 사에갈을 응시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지?
“당신은 또 어디서 왔어?” “어디서 오다니. 난 말했듯이 라이트로 피루아고 널 데리고 가기 위해서 왔어.” “……데려가기는 무슨. 지금 내 모습 안 보여?”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피루아가 내린 답은 하나다. 저 아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해 주는 것. 아이를 데려가는 목표는 살기 위해서이지만, 아이를 만난 순간 느낀 감정은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손을 들어 사에갈의 말을 멈춘 피루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어렸다. 사에갈이 순간 당황할 만큼.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뭐?” “그건 네 모습이잖아. 누구를 어떻게 하는 것도 아니고. 난 그런 거 상관 안 해.” “…….” “내 말의 요점은, 난 너를 키워 주고 싶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