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겨우 1시간 15분밖에 안 되었다는데 날이 벌써 밝은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두 다리가 뻣뻣해졌다. 몹시 긴장한 탓에 귀도 날카로워져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몸집이 큰 존스가 깊이 들이마시는 숨소리와 메리웨더가 가늘게 내쉬는 숨소리를 분간할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궤짝 너머로 바닥이 보였는데 별안간 번쩍 빛이 비쳤다.
그 불빛은 처음에는 바닥에 깐 돌과 돌 사이에서 비치는 파르스름한 불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차차 불빛이 길어지더니 한줄기 노란 선이 되고, 이어 아무 예고도 소리도 없이 돌 틈이 벌어지더니 손이 하나 불쑥 올라왔다.
--- p.45

나는 그런 일을 처음 보았다. 나무껍질이 떨어져 나가듯 앉은뱅이 얼굴에 묻은 때가 깨끗이 씻겨 나갔다. 천한 갈색 살갗도, 얼굴에 생긴 무서운 흉터도, 추하게 비웃듯 일그러진 입도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숱 많은 빨간 가발까지 확 벗기자, 세인트클레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머리카락이 새카맣고 살결이 번지르르하며 얼굴빛이 창백한 한 사내가 구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인트클레어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멍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정체가 드러난 걸 깨닫고 별안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엎드려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 p.89~91

‘아니, 선생님이 여기 계신데 벨은 누가 울리고 있는 거죠?’
‘벨! 왜 벨이 울리지?’
‘선생님이 일하는 방에서 나는 벨입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심장이 옥죄는 듯했습니다.
‘중요한 조약 문서를 책상에 그냥 펼쳐 놓고 왔는데!’
나는 미친 사람처럼 계단을 뛰어 올라가 복도를 내달렸습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방은 아까 내가 나갈 때와 변함이 없고, 다만 조약 문서만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필사본만 있고 원본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영국 추리 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대표작!<br>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끊임없이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멋진 활극<br> <br> 셜록 홈즈는 영국 추리 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인물로, 탐정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유명한 명탐정이다. 어떠한 기괴한 사건도 셜록 홈즈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낱낱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평상시에는 우울한 듯한 모습으로 조용히 지내지만 흥미로운 사건 앞에서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한순간에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 이 매력 넘치고 독특한 캐릭터는 <셜록 홈즈> 시리즈가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수없이 재탄생되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br>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으로 만나는 《셜록 홈즈의 모험》은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널리 알려진 다섯 작품 <빨간 머리 연맹>, <입이 비뚤어진 사나이>, <명마 실버 블레이즈>, <해군 조약 문서>, <마지막 사건>을 모아 엮은 것이다.<br> <빨간 머리 연맹>은 빨간 머리 연맹의 회원으로 발탁되었던 전당포 주인이 갑작스레 사라진 연맹에 대해 알아보고자 홈즈에게 의뢰한 사건이다. 우스꽝스러운 듯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그 실상은 거대하게 드러난다. <입이 비뚤어진 사나이>는 아편굴에서 모습을 감춘 남편을 찾고자 부인이 홈즈에게 부탁한 사건으로,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밝혀지는 계기가 된다. <명마 실버 블레이즈>는 경마를 앞두고 출전 예정이었던 명마 실버 블레이즈가 사라지고, 말을 돌보던 조교사가 살해당한 사건의 전말을 살피는 이야기다. 말은 무사히 돌아오지만 씁쓸한 결말을 남긴다. <해군 조약 문서>는 잃어버린 국가의 기밀문서를 찾는 사건으로, 홈즈를 위험에 빠뜨리며 <마지막 사건>은 최고의 범죄자로 손꼽히는 모리어티와 셜록 홈즈의 마지막 결전을 그린 작품으로 이 사건으로 홈즈는 벼랑에서 떨어져 자취를 감추고 만다.<br>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의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탐정이 된 듯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추리를 경험해 보자.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낱낱의 사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추리력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br> <br>